[머니투데이 홍재문기자]증시에 관련된 사람들은 여전히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말한다. 주가가 빠질 것이라고 확언하는 극소수도 있지만 장기 전망으론 대세상승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증시가 끝났다고 선언한 사람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세상에 전해지는 여러 소식을 종합해 보면 주가는 하락할 확률이 높다. 어쩌면 이미 하락추세로 돌입했는지도 모른다.
차트분석상 주가 상승세가 끝났다는 징후는 없다. 오히려 전고점을 넘을 수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주가를 올린 변수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주가 하락 쪽으로 변신하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중앙은행에 대한 맹신이 여전하지만 이전보다 강화된 변수는 아니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실질적인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조차도 무분별한 신용공여를 비난할 정도로 사태가 커지고 있다.
오르기만 하던 집값으로 소득대체 효과를 향유하던 미국인들은 늘어나는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미래 소득을 당겨와 현재의 빚을 갚지 않으면 집이 압류당하고 파산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저축률이 23개월 연속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돈을 마련할지 암담할 뿐이다. 당연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업 이익은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4분기 연속 유지되던 두자릿수 어닝 증가율은 올해부터 반토막이 나고 있다. 1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시점에서 2분기 어닝 전망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주식 투매가 일어날 수 있다.
개인 소비와 기업 어닝이 줄어드는 판에 물가는 상승이다. 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은 전년동월대비 2.4% 상승, 1년이 되도록 FRB의 인플레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는 상태다.
50달러까지 하락하던 국제유가는 66달러로 상승했다. 아직 최고치(78달러)에 비해 낮은 상태라고 해도 낙폭의 2/3를 두달여만에 만회한 것이 단순한 조정으로 보이진 않는다.
영국과 이란의 대치구도가 만든 일시적인 지정학적 현상이거나 예전처럼 투기세력의 작품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불안한 면이 있다. 또 다시 유가가 상승해도 물가에 어떠한 부담도 주지 않은 채 정유사의 이익이 늘어나면서 경기순항의 증거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
미국이 지난해 6월을 마지막으로 금리 인상을 중단한 뒤에도 각국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 영국, 유럽(ECB), 인도, 중국, 대만, 뉴질랜드, 러시아 등 대부분의 국가가 금리인상 대열에 가담하고 있다.
미국은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끝낸 상태고 나머지 국가들이 금리를 올리고 있어도 여전히 경기부양적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해도 금리를 안올리는 것보다는 못하다.
올해 1분기 기업인수합병(M&A) 규모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악재다. M&A 소식만 들려도 증시는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닷컴 버블 직전에 M&A 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섰듯이 돈놀이의 마지막 단계가 바로 M&A다.
여기에 사모펀드(PEF)의 기업공개(IPO)까지 가세하고 있으니 증시탈출 러시가 시작된 거나 다름없다.
게다가 민주당이 장악한 미의회의 움직임이 적나라해지고 있다. 급기야 미 상무부가 중국산 아트지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했다.
글로벌과 세계화로 지구촌이 하나로 묶이던 때가 끝나가고 보호무역주의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동안 전세계 경기와 증시를 받쳐오던 미국의 소비와 중국의 생산이라는 협력체제가 종말을 고하게 되는 첫 포문이 열린 것이다.
불행하게도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외적 독성을 중화시킬 수 있는 대내적 힘이나 강점이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한미FTA 협상 이외엔 한국 내부에서 찾을 수 있는 긍정적 요인이 없다.
이미 지구촌 시한폭탄이 작동된 상태라서 외풍에 좌우돼온 한국 경제와 증시가 모면할 방도는 없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게 그 때까진 속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홍재문기자 j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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