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기형기자][일단 표면갈등 봉합…강문석 부회장, 이사회 장악시도 나설듯]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이 29일 주주총회를 거치면서 물밑으로 잠복했다. 하지만 물밑에서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내부적인 투쟁은 더욱 거셀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승부는 이제 부터라는 얘기다.
강신호 회장의 4남인 강정석 전무는 이날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김원배 대표이사 사장과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아마도 강문석 수석무역 부회장의 이사회 입성의 댓가로 동아제약측이 이미 요구한 것으로 예정된 수순이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선 강정석 전무의 대표이사 취임에 대해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강 부회장은 "동생이 잘되면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태연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우애' '화합' 등의 단어를 꺼냈다. 적어도 이번주나 다음주 중에 결정될 강 부회장의 동아제약내 업무분장까지는 예정된 수순을 따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는 '다시 또 싸움질'이라는 외부의 평가가 나올 경우 동아제약의 미래가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
하태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여기서 분열된 모습을 보이면 회사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더 싸우면 회사 존립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 애널리스트는 "그동안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서로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며 "기존에 잘 하고 있던 연구개발(R&D)를 추스리고, 외형을 키워나가는 것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기서 자칫 분쟁으로 치닫는다면 다른 업체에 인수합병(M&A)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진균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표면적으로 싸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예 판을 깨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이제는 싸움을 하더라도 집안싸움, 감정싸움이 아니라 비전을 두고 누가 더 시장으로부터 인정을 받는가의 싸움으로 가야 할 것"이라며 "비전을 현실화시키는 쪽이 시장의 신뢰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애널리스트는 "이에 앞서 양측이 서로 합심하는 액션을 보여 직원들을 안정화 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배기달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양쪽이 드러내놓고 경쟁하기는 힘든 구조"라며 "경영권분쟁은 언제든지 표출될 소지가 있지만 이를 촉발시키기에는 양쪽 모두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암중모색을 하면서 주주들에게 호소했던 부분을 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강문석 부회장쪽은 그동안 철저하게 연구된 안을 가지고 일을 진행시켜왔다"며 "앞으로 강문석 부회장쪽의 약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강정석 대표이사 부사장이 내년에 임기만료를 맞게 된다'며 "강 부회장은 앞으로 1년동안 시장의 신뢰를 이끌어내기 위해 총력전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존 경영진을 공격해온 강 부회장은 여러가지 비전을 제시하면서 경영진의 약점을 공략해왔지만 경영진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강정석 부사장이 현재의 이사회내 우위(표면상으로 5대2)가 계속해서 지켜질 것이라고 보면 오산"이라고 분석했다.
양측이 이사회내에서 얼마나 자기 편을 더 확보하느냐의 경쟁이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다. 강문석 부회장은 공격자의 입장에 있는 반면 강정석 대표이사 부사장은 수비자의 입장이다. 이같은 싸움에서 수비하는 쪽이 상당한 부담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앞으로 강 부회장이 불협화음을 최소화면서도 이사회를 어떻게 장악해나가는지, 강 부사장은 이를 어떻게 저지할 것인지가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의 2막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기형기자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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