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배성민기자][기업·부산銀·NH證등 종합금융그룹 도약·대형화 위해 인수나서]
수면 아래로 잠복해 있던 증권산업 지각변동이 은행들의 연이은 관심 표명으로 다시 물위로 떠오르고 있다. 또 증권사들 자체적으로도 자본시장 통합법에 대비하기 위한 대형화 및 전문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직간접적으로 증권사 인수의사를 밝힌 곳은 기업은행과 부산은행, 그리고 농협이라는 든든한 후원세력을 등에 업은 NH투자증권 등이다. 최근 기업은행이 투자은행(IB)에 강한 중소형 증권사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부산은행도 증권사 인수를 추진키로 하는 등 은행들의 증권사 인수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기업은행 강권석 행장과 부산은행 이장호 행장은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증권·운용사 인수가 필수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형 은행 중에서 유일하게 증권사를 보유하지 못한 국민은행도 은행 측 부인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증권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솔로몬저축은행 등도 증권업 진출에 대한 의지가 큰 것으로 알려진다.
은행들의 무한 관심이 외부적 변수라면 일부 증권사의 대형화 움직임은 내부적 변화의 동인이다. NH투자증권은 최대주주인 농협의 의사표명이 없지만 증권사 CEO가 채권 분야 등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지난해 유진그룹이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교두보로 삼은 서울증권도 최근 2600억원대 유상증자(2억7060만주)를 통해 대형화를 모색하고 있다. 서울증권의 유상증자는 한주흥산 등과의 추가 지분경쟁을 방지하자는 차원일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회사 대형화를 모색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수요자가 이렇게 몰리고 있는 반면 정작 매각 의사를 비치고 있는 곳은 사실상 전무하다. 수요과 공급의 극심한 불일치가 일어나고 있는 것.
실제로 남영우 NH투자증권 사장은 최근 "사고 싶은 증권사가 있어도 팔지를 않는데다 (수요·공급 불일치로) M&A시 상당한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여 회사로서도 조심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매물로 거론되는 대부분의 중소형 증권사(부국증권, 한양증권, 유화증권 등)들은 대주주의 지분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이들의 매각 의지가 없으면 매각 작업 자체가 교착될 수 있다는 것도 향후 전망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다만 교보생명(계열사 교보증권), CJ그룹(CJ투자증권), 현대그룹(현대증권)처럼 자체 자금 확보 필요성이 큰 경우와 산업은행(대우증권) 처럼 개편이 임박한 경우에는 증권사 역할 재편 등 일부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통합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은행업 못지 않은 매력이 증권업에서도 발견될 수 있기 때문에 선점 효과를 노리는 이들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증권은 "향후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자본시장 관련 금융권 개편, 저축보다는 자산관리의 개념의 확산으로 증권업에 중장기 모멘텀이 상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자본시장통합법 외에 고령화와 연기금.변액보험.기업연금의 활성화로 자본시장 확장의 터전은 마련됐다"며 "대형 금융투자사로 먼저 탈바꿈하는 곳이 향후 증권업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만큼 증권사들의 M&A 여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성민기자 ba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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