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경환기자][3월 발표문 혼란 가중]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23일 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정책결정문에 변화를 줬다. 그러나 월가는 FRB 발언의 진의(眞意)를 파악하지 못해 여전히 혼란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FRB는 압축적인 표현을 통해 시장에 의사를 전달해왔지만, 이번 발표문에는 너무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 시장에 진의를 제대로 알리는데 실패했다고 전했다.
FRB는 그동안 정책결정문을 낼 때마다 "추가 긴축(additional firming)의 시기와 범위는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전망에 따라 결정될 필요가 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3월 금리 정책결정문에서는 '추가 긴축'이란 말을 빼고 " '향후 정책 조정(Future policy adjustments)'은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전망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당일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FRB가 금리인상을 중단한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 분분하면서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됐다.
FRB의 정책결정문 내용이 모호해 금리가 현 수준에서 인상될 가능성이 있는지 혹은 동결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
FRB는 그동안 정책결정문에서 '추가긴축'이란 내용을 통해 금리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FRB는 새로운 정책결정문에서는 이 같은 표현을 빼버리고 금리의 향방에 대한 명확한 표현을 삼갔다. 대신 " '향후 정책 조정'은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전망에 달려있다"는 모호한 표현을 삽입했다.
물론 이는 FRB가 향후 금리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금리 방향성에 대한 언급 제외는 시장에 일대 혼란을 초래하는 요인이 됐다.
WSJ은 이 같은 모호한 표현은 대중과 명확한 의사소통을 명제로 삼아온 벤 버냉키 FRB 의장의 그 동안 입장과 상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은 그동안 FRB는 시장이 모호하지 않도록 명확한 뜻을 전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버냉키의 이 같은 의지와는 달리 시장은 FRB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정책결정문 발표 당일에는 이를 금리 인하 신호로 받아들였다. 채권 수익률은 하락했다. 그러나 바로 이튿날 시장은 FRB가 금리 인상 의도를 여전히 갖고 있는 것으로 이를 재해석했다. 채권 수익률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도쿄 미쓰비시 UFJ 은행의 이코노미스트인 크리스토퍼 럽키는 "FRB의 정책결정문 문구 변화는 시장에 많은 혼란을 초래했다"면서 "FRB 발언 취지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면 좀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FRB는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확대와 경기 둔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경제전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인 마이클 모스코우는 이날 베이징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부도율 증가가 일반 신용 시장으로 확산될 경우 이를 경제 전망에 주요한 이슈로 거론할 것이지만,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김경환기자 kenn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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