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임동욱기자][코딧신보 장기수팀장 '정성어린 컨설팅'으로 작년 130억원 회수]
금융계에서 채권회수는 어렵고 고달픈 업무로 통한다. 정해진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사연의 채무자들을 일일히 접촉해 빚을 갚을것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채무자들의 어려운 사연을 알고 있기에 쉽지 않다. 그러나 돈과 신용을 빌려주는 금융계에서 채권회수 업무는 누군가 해야만 하는 필수업무다.지난해 코딧 신용보증기금 직원이 홀로 130여억원의 구상채권을 회수한 사례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광주광역시 코딧 광산지점에 근무하고 있는 장기수 팀장(사진.42).
지난해 코딧 직원 한 사람의 평균 회수금액은 약 9억원임을 감안할 때 장 팀장 홀로 약 15배의 금액을 회수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코딧이 회수한 총 구상채권 6433억원의 2%가 넘는 규모다. 코딧의 중소기업 신용보증 지원이 코딧 기본재산의 약 13배 정도의 보증을 운용하는 점을 감안할 때, 130억원은 1700억원 정도의 신용보증을 지원할 수 있는 큰 재원이다. 장 팀장은 지난 2003년에도 홀로 80억원을 회수한 바 있어 회사 내 '회수의 달인'으로 통한다. 그는 지난해까지 서울 삼성지점에서 근무했고 올해 승진발령과 함께 지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 팀장은 채권회수에 대해 "전화면담을 자주 하고 발로 뛸 수 밖에 없는 일"이라며 "부실채권 회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채무자의 주변인물에 대해 알아보고 내부전산정보 및 약정서 등 과거자료를 꼼꼼히 챙겨본다. 10년 전 자료를 뒤지는 일도 부지기수다.
"하나하나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이 채권회수의 묘미"라고 말하는 장 팀장의 진정한 진가는 컨설턴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나타난다. 그는 "부실업체들에게 무조건 거액의 돈을 내라고 하면 과연 누가 내겠냐"며 "그들이 빚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코딧이 건물과 설비관련 시설자금 보증을 지원한 A사는 한국토지공사로부터 공장부지를 분양받았지만 부실화로 인해 토지분양계약이 해제되고 건물과 설비만 경매에 처해질 상황에 처했다. 토지소유권이 없는 건물과 설비에 대해 경매는 낙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제값을 받을 수 없다.
이에 장팀장은 토지공사와 금융기관 담당자에게 사업장 일괄매각의 이점을 설득하고 매수 희망자들을 물색, 경매 대신 사업장 매각을 추진해 한꺼번에 100억 원이라는 거액을 회수했다. 물론 이러한 매각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은행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경매 진행 등 법적인 조치를 유보하도록 미리 설득해 협조를 이끌어 냈다. 또 매수 희망자들에게는 매수 작업에 참고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매매계약이 지연될 조짐이 보이면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중재를 통해 가격조정을 하는 등 백방으로 뛰었다.
장팀장도 "채권회수는 정말 어렵다"고 말한다. 코딧의 신용보증이 주로 담보력이 미약한 중소기업에 지원되다 보니 부실채권 역시 거의 담보권이 없거나 채권보전조치를 하더라고 후순위로 실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채무자의 권익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요즘, 아예 만나기조차 거부하는 채무자들 때문에 곤란을 겪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낮에 만날 수 있는 채무자는 정상이 아니다"라고 털어놓는 그에게서 고충이 느껴진다.
그는 "채무자와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빚은 갚아야 하며 어떤 방법으로 갚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인가에 대한 교감을 형성해야 한다"며 "진정으로 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해 주고 회수자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배려해주면 채무자들도 성의를 갖고 상환에 협조하게 된다"고 말했다.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겸손해 하는 장팀장의 책상에는 담당 채무자들의 리스트가 형광펜이 칠해진 채 펼쳐져 있었다.
임동욱기자 dw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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