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전병윤기자] 해외투자가 '수입'산보다 '토종' 해외펀드로 몰리고 있다.
국내법에 근거해 만든 해외투자펀드는 지난해 말 주식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 추진이 불거진 후 세제혜택을 못 받는 역외펀드(외국법에 근거해 만든 해외펀드) 수탁액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해외투자펀드의 지난달 말 수탁액은 18조5084억원으로 역외펀드 수탁액(순자산총액 기준) 13조7801억원보다 4조7283억원 많았다.
지난해 말 해외투자펀드 수탁액은 12조9378억원으로 역외펀드 12조8815억원에 비해 563억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1월말엔 해외투자펀드 수탁액이 역외펀드보다 1조6083억원 많은 15조1654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달엔 수탁액 격차가 5조원 가까이로 크게 벌어지는 등 토종 해외펀드의 자금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해외투자펀드별로는 '프랭클린템플턴재팬주식형자(A)'와 '봉쥬르유럽배당주식1'이 작년말 대비 2월말 수탁액이 각각 3298억원, 3021억원 순증가해 최근 선진국 투자펀드의 인기를 반영했다. '봉쥬르차이나주식 2종류A'와 '봉쥬르차이나주식1'도 같은기간 각각 2735억원, 1951억원 늘어나 수탁액 증가 상위펀드에 포함됐다.
지난해말 이후 수탁액 증가 상위 10개 펀드 중에서 유럽과 일본 글로벌 펀드 등이 5개를 차지해 지난해 중국 인도 펀드 등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의 쏠림현상이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운용사들이 지난해말부터 해외펀드 열풍에 힘입어 다양한 해외투자 신상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다만 역외펀드 수탁액은 펀드 수익률이 포함된 순자산총액 기준이어서 해외투자펀드의 수탁액과 단순비교를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올해 들어 중국 인도 등 이머징마켓 증시가 조정을 겪은 탓에 순자산총액이 줄어들면서 해외투자펀드보다 자금이 덜 몰린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해외펀드의 주식매매차익 15.4%를 비과세하기로 추진하면서 세제혜택을 받지 못하는 역외펀드보다 해외투자펀드로 자금이 쏠렸다는 분석이 대다수이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비과세 추진을 하면서 세혜택 기대감을 반영한 해외투자펀드의 선호현상이 높아졌다"면서도 "아직 정부에서 비과세가 확정된 것이 아닌데다 역외펀드는 글로벌 운용사의 검증된 상품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세금절감만을 목적으로 해외투자펀드를 선택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들이 해외펀드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손십게 외국펀드를 베껴 국내에서 설정하는 이른바 '미러펀드(거울펀드)'를 쏟아내면서 가파른 자금 증가세를 이끌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팀장은 "국내 운용사의 해외펀드 인기는 비과세 혜택 뿐 아니라 외국 운용사의 펀드를 복제해 만든 미러펀드를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수탁액이 늘어난 측면도 크다"면서 "아직 국내 운용사가 직접 해외펀드를 운용하기엔 인력과 네트워크가 부족해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병윤기자 byj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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