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상배기자]
"이사회 참석률 33%, 안건 찬성률 63%"
워런 리히텐슈타인 스틸파트너스 대표의 KT&G 사외이사 활동 내역이다.
리히텐슈타인 대표가 '월가의 상어' 칼 아이칸을 등에 업고 KT&G 이사회에 입성한 것은 지난해 3월17일. 당시 주주총회 집중투표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된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주총 후 연말까지 KT&G가 소집한 이사회 전체회의는 모두 9번. 리히텐슈타인 대표는 그 중에 3번만 참석했다. 같은 기간 활동한 나머지 사외이사 8명의 참석률은 96%였다. 2명의 사외이사가 단 3번 결석했을 뿐이다.
리히텐슈타인 대표가 표결에 참여한 안건은 모두 8개였다. 그는 이 가운데 5개에 찬성하고, 3개는 반대했다.
리히텐슈타인 대표가 직접 참석한 3번의 이사회는 지난해 4월19일과 8월8~9일, 12월13일.
이 가운데 작년 4월19일은 리히텐슈타인 대표가 난생 처음 취재진들에게 얼굴 촬영을 허용한 '수모'(?)의 날이기도 하다. 이사회를 끝낸 뒤 수행원의 호위 속에 KT&G 서울사옥를 빠져나가던 중 국내 취재진들에게 기습 촬영을 당한 것. 그 전까지도 리히텐슈타인 대표는 미국 현지에서조차 '얼굴없는 투자자'로 알려진 '베일 속의 인물'이었다.
당시 이사회에서 리히텐슈타인 대표는 '이사회 규정 개정' 안건에 반대했을 뿐 나머지 안건에는 모두 찬성했다.
'이사회 규정 개정'은 일정 규모의 이하의 투자안에 대해서는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에 권한을 위임하자는 내용인데, 그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게 리히텐슈타인 대표의 입장이었다. 결국 그 안건은 리히텐슈타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표결 끝에 '11대 1' 다수결로 통과됐다.
8월8~9일 이사회에서 리히텐슈타인 대표는 모든 안건에 찬성 표를 던졌다. 자신이 그동안 요구해온 내용이니 당연했다. 향후 3년간 2조8000억원을 배당과 자사주 소각에 쓴다는 내용의 'KT&G 중장기 전략'과 이와 관련된 '자사주 소각' 등이 주요 안건이었다.
지난해 12월13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상임이사 보수규정 개정', '상임이사 퇴직금지급규정 개정' 등 2가지 안건에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당시 이사회에 '2006년도 이사회활동 평가계획' 안건도 올라갔지만 리히텐슈타인 대표는 표결에서 빠졌다. 의결 안건 2개만 처리한 뒤 "다른 약속이 있다"며 먼저 자리를 떴기 때문이다.
이사회 전체회의에 33%의 낮은 참석률을 보인 리히텐슈타인 대표지만, 자신이 속한 이사회내 공익운용위원회에는 75%의 출석률을 기록했다. 4번 가운데 3번을 출석했다. KT&G가 이사회내 위원회에 대해서는 화상회의를 개최한 때문이다.
KT&G는 그러나 이사회 전체회의에 대해서는 현재 화상회의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보안 문제 등이 주된 이유다. 반면 뉴욕에 본거지를 둔 리히텐슈타인 대표는 이사회 전체회의에도 화상회의를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다음달 열릴 이사회에서 전체회의에도 화상회의를 도입할지 여부에 대해 결정할 것"이라며 "만약 화상회의가 도입되면 리히텐슈타인 대표는 이메일로 이사회 의결서를 받은 뒤 서명을 첨부해 보내는 방식으로 이사회가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배기자 p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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