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정태기자][[CEO&LIFE]김재현 한국토지공사 사장]
'인생은 끝없는 열정의 승부다'
GE(General Electric)의 사원으로 입사해 초일류기업으로 키워낸 최연소회장 잭웰치씨가 '끝없는 용기와 도전'이라는 책에서 언급한 말이다.
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올라서는 것은 샐러리맨의 꿈이다. 공기업의 CEO는 외부에서 영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쉽지 않다. 김재현 한국토지공사 사장은 27년 전 토지공사 사원으로 입사해 이 같은 꿈을 실현한 입지전적 인물 중의 한 사람이다.
# 불도저
그는 성공한 CEO직함을 달고 있지만 생활면에서는 별로 내세울 것이 없다. 체력관리 차원에서 등산을 하는 것이 고작이다. 굳이 취미라고 내세우는 것이 '일'이 전부다.
"구시대답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만 '일'이 나의 취미생활입니다. 국토개발이 한창인 시절에 퇴근을 제대로 할수 있겠습니까. '일중독자'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 파묻혀 살아 왔습니다. 그게 희열이 되고 취미가 된 것이죠."
그가 토공의 최대 난공사였다는 자유로 공사의 총 책임자로 있을때다. 당시 자유로 공사 구간은 최전방의 군사작전지역이였던데다 90년 대홍수로 일산의 제방이 붕괴돼 도로 노반 공사를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던 곳이다. 예정대로 공기를 맞추기 위해선 군부대와의 협조가 절대적인데 마찰이 적지않아 회의 도중 탁자가 부서지는 등 험악한 분위기도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업무추진에 있어 끝내 소신을 굽히지 않아 군부대장들이 혀를 내두르고 협조했다는 것이다.
공사 막바지에 고비가 또 있었다. 92년 8ㆍ15를 기념하기 위한 자유로 1단계 개통식을 앞둔 상황이었다. 행사가 열리기 4개월 전 오두산 전망대를 잇는 교량의 변형징후가 보였던 것이다. 상급기관에서는 행사를 마치고 재시공하라는 지시였지만 국가기반시설을 대충 넘어갈 수 었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4개월도 안되는 기간에 교량을 철거를 하고 다시 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현장에서 상주하면서 밤낮으로 공사를 독려한 끝에 개통식에 맞춰 완벽히 재시공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유로가 완공된지 15년이 지났지만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당시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한다. 특히 이 자유로를 지나 자사가 조성 중인 개성공단을 다녀올때 마다 감회가 새롭다고 한다.
"최근 개성공단을 지나 평양까지 육로로 다녀온 적이 있는데 자유로가 정말 통일의 초석이 되고 있구나하는 자부심과 보람이 느껴지더군요"
# 외유내강
강한 추진력 덕분에 그는 인정을 받았지만 직원들에게 '혹사'라고 표현할 만큼 고생시켰다는 미안한 마음도 남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직원들이 업무 특성상 믿고 따라주고 이해줬기 때문에 무난히 사업추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회고다.
그는 "일을 처음 같이 할때는 '고생길이 열렸다'라고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부서를 떠날때는 전부 아쉬워 하는 모습을 볼때 내가 그릇되게 하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자기변신
김 사장은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영자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지방대 토목공학과를 나온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행정, 경영대학원을 다니면서 경영수업을 쌓았다. 그는 사장에 올라섰지만 도시공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모교인 조선대에 CEO강사로 초빙됐을때 후배들에게 꿈과 도전을 강조했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기술직 출신이 경영자가 되기 어렵다는 등의 말은 나에게는 핸디캡이 될수가 없었습니다. 여러분도 꿈을 크게 갖고 도전하는 자세가 있다면 극복하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
은퇴 후 어떤 노후를 구상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아직 할일이 많아요. 은퇴 후를 어떻게 보낼지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라고 말해 육중한 외모만큼이나 일 욕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김정태기자 dbman7@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