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강종구기자][한은, 국제수지통계 원화로 변경 예정...환율 착시 사라질 듯]
작년 수출증가율은 15%일까 7%일까? 둘 다 사실이다. 다만 하나는 미국 달러화 기준,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원화 기준일 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국제수지 통계가 원화로 바뀐다. 그동안은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만 통계를 작성했지만 빠르면 연내 `원화`가 기본이 되고 달러화로 작성된 수지는 부록이 된다.
26일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현재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만 작성하고 있는 국제수지 통계를 원화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중"이라며 "연말쯤이면 올해 국제수지와 과거 수년치의 통계를 원화로 소급해 변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수지 기준을 원화로 바꾸는 이유는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들은 대부분 자국통화를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하는데다, 이미 원화로 작성하고 있는 국내총생산(GDP) 등 다른 통계와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한은 관계자는 또 "미국은 물론이고 유로권 등 선진국들은 대부분 자국통화를 기준으로 국제수지표를 작성하고 있다"며 "수출입을 포함한 모든 대외계정이 원화 기준으로 바뀔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고 정책수립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수지가 원화로 바뀔 경우 그동안 알 듯 모를 듯 하거나, 이율배반적이었던 여러 `통계적 사실`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환율때문에 생기는 착시현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환율하락 때문에 발생한 수출의 거품이 사라진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상품, 국제수지기준)은 2005년 12.1%, 지난해 14.8%에 달해 두자리 수대의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원화로 바꾸면 2005년에는 고작 0.4% 늘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난해 역시 절반 미만인 7% 수준으로 떨어진다.
지난해 금융기관을 포함한 법인기업들의 처분가능소득은 무려 13%나 감소했다. 2005년에도 10% 가까이 줄었다. 10%대의 수출호황을 누린 나라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제수지표를 원화로 바꾸어 놓고 환율 하락때문에 이익이 급감했다는 것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만년 적자인 서비스수지는 달러화로 보나 원화로 보나 적자규모가 사상 최대. 그러나 증가율은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매년 적자 증가세가 달러화로는 8.4% →69.7%→37.4%인데, 원화로는 1.9%→46.2%→28.7%로 낮아진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환율 적용 때문에 수출입 규모 등에서 생기는 통계상 불일치가 상당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매년 경제(GDP)는 성장하는데 소득(GNI)이 늘지 않는 현상도 설명이 가능해 진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현재 2000년 기준으로 작성하는 국내총생산(GDP) 역시 매년 기준년을 바꾸는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빠르면 2009년부터 적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 경우 반도체처럼 국제가격 급락으로 수출액은 별로 늘어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수출물량 증가만을 고려해 경제성장률이 올라가는 착시현상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강종구기자 darksky@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