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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은령기자]장면 1

각 정부부처가 제출한 예산요구서를 바탕으로 다음해 예산조정이 이뤄지는 매년 7월. 기획예산처 주차장에서 빈 곳을 찾기 어렵다. 평소에는 서울 조달청 민원인들이 북적이지만, 7월은 다르다. 각 부처 예산 담당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장면 2

올해 3월 기획처에서 열린 '국가재정운용 토론회'. 토론내용과 관계없어 보이는 정부부처 고위관계자가 참관석에 모습을 드러냈다. 개방형 직에 있던 그는 이날 초청인사도 패널도 아니었다. "정부 일을 해보니 예산이 있어야 하겠더라"고 한 그는 토론회가 끝나고 기획처 관계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눈도장을 찍기 위해 나타난 것이다.

26일 정해방 기획예산처 차관이 아들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물러났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은 정부출연기관으로 주무기관은 과학기술부다. 기획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곳이다. 정 차관도 "아들의 채용을 부탁한 사실이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런데 왜 문제의 연구원이 정 차관의 아들을 취업시켜 주기 위해 토익 기준점수를 낮췄다는 의혹이 나오는 걸까.

답은 "국가 예산을 편성하고 공공기관 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직자로서의 업무를 계속할 수 없게 됐다"는 정 차관의 사의 배경 설명에서 찾을 수 있다.

그만큼 기획처의 힘이 막강하다는 의미다. 에너지기술연구원도 기획처에 경영정보 등을 제출하고 공시해야 하는 공공기관 300여개 중 한 곳이다.

기획처는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공공기관의 경영실적을 평가하고 부진한 기관에 대한 기관장과 이사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 민영화나 통폐합 등 중요한 경영사항도 위원회 의결을 거쳐 기획처 장관이 결정할 정도다.

사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는 곁가지다. 기획처 힘의 근원은 예산권을 쥐고 있다는데 있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의 경우 2006년 예산 922억원 중 33.6%인 310억원이 정부 출연금이다.

기획처 관계자는 "정부 출연기관의 경우 탑다운 방식으로 예산이 결정되기 때문에 자율성이 큰 편"이라고 밝혔지만 기관의 입장에선 돈줄을 쥐고 있는 곳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신입사원 입사기준중 토익점수를 700점에서 600점으로 갑자기 낮춘 게 연구원의 주장대로 '지원자들에게 응시기회를 넓혀주기 위해서'였는지는 조사를 통해 밝혀질 일이다.

입사시험 탈락자의 감사원 투서내용처럼 장 차관이 아들의 취업을 위해 부당한 힘을 썼는지 여부도 마찬가지다.

진실이 뭐든 의혹은 일었고, 장 차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사의를 수리할 예정이다. 기획처의 보이지 않는 힘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상이라 한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김은령기자 taurus@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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