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글·사진= 이상배기자]
"샌드위치 위기론이요? 우리한테는 해당 안 돼요"
23일 해질 무렵의 거제도. 옥포 조선소 내 헬기장에서 만난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왼쪽 아래 사진)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최근 재계 총수들이 잇따라 제기한 '일본과 중국 사이의 샌드위치론'에 대해 해당사항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샌드위치는 위에 누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위에 아무도 없다" 과거 한국을 앞섰던 일본도 지금은 상대가 안 된다는 얘기였다. 세계 1위 조선강국의 자부심이 물씬 묻어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중국에 초점이 모아지자 뉘앙스가 달라졌다. 중국의 추격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남 사장은 "걱정이야 왜 안 되겠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남 사장이 일정상 부산으로 서둘러 떠난 탓에 배경 설명은 임원들에게서 들어야 했다. 그들에게 일본은 이미 관심 밖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의 박동혁 전무(생산지원본부장)는 "일본은 고부가치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에서 더 이상 명함을 못 내민다"고 귀뜸했다.
"지금 일본 조선업계는 우리가 과거에 주력하던 자동차운반선이나 벌크선이나 만드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중국을 경쟁상대로 삼아 제조단가를 낮추는데 사활을 거는게 일본 조선업계의 현실이다" 반면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개당 1조원에 달하는 해상부유식 석유설비(FPSO)를 만들어 파는 수준에 이르렀다. 1척당 2000억원대의 대형 LNG선은 독식하다시피 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현재 옥포 조선소에서 지어지고 있는 선박 30여척 가운데 절반 이상이 LNG선이었다.
'왕년의 조선강국' 일본이 몰락한 배경에 대해 박 전무는 "일본 조선업체들은 업계 공동으로 협력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기술을 개발한다. 그러다 보니 업체별로 독자 기술을 개발할 유인이 없었다. 때문에 해외 선주들이 원하는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7대 주요 조선업체가 일정부분 기술을 공유하되 핵심 기술만은 독자 개발한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그 결과 조선업계의 핵심기술인 설계 분야에 있어 독보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국내 조선업계의 이 같은 선전에는 드라마틱한 노조의 변신도 한몫했다. "소나기 퍼붓는 옥포의 조선소에서~" 투쟁가 속 주인공으로 등장할 정도로 강성이었던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1991년 이후 지난해까지 '16년 무분규'를 기록했다. 1990년 '골리앗 농성' 등으로 한때 강성노조의 상징이었던 현대중공업 노조도 마찬가지. 작년까지 '12년 무분규' 기록을 이어갔고, 최근에는 노사화합을 위한 '노사공동선언'도 선포했다.
이들 모두 그룹에서 분리된 뒤 "아무도 우릴 지켜주지 않는다"는 위기의식이 직원들의 생각을 바꿔놨다고 한다.
단 한가지 걱정거리는 중국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앞으로 10년간은 중국 조선업계가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10년, 그 이후는 어떨까.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을 축적하기에 10년은 충분한 시간이라는게 조선업계의 평가다.
조선업계의 한 임원은 "주요 설계인력을 상대로 중국 조선업체들이 고액에 스카우트 제의를 한다면 일부가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고 털어놨다.
'샌드위치 신세'가 아니라는 조선업계도 중국의 '기술 추격'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었다.
글·사진= 이상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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