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권성희기자]노무현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기간 중인 지난 25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의 외곽에선 양국에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LG전자와 사우디의 LG전자 독점판매 대리점인 샤키르의 합작 에어컨 공장 설립 기공식이었다.
이날 기공식이 의의가 있었던 것은 한국 가전업체가 중동에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사우디에 비석유화학 분야에서 한-사우디간 합작 공장이 세워지는 것도 처음이기 때문이다.
LG전자로서는 한국과 중국, 태국, 인도, 터키, 브라질, 베트남에 이어 사우디에 8번째 에어컨 생산 설비를 갖추게 된다.
공장이 세워지는 곳은 리야드 내 두번째 산업공단인 알 타트위르 공단. 리야드 내 공단이라고 하지만 리야드 도심에서 자동차로 30여분간 가야 나타나는 허허벌판이다. 황토색 땅에 몇몇 건설 현장이 눈에 띌 뿐 생산 설비나 건물이라곤 보이지 않는 곳이다.
노환용 LG전자 에어컨사업부 부사장은 “이 곳이 원래 아무 것도 없는 황무지인데 이 곳에 공장을 짓겠다고 하니까 다들 놀랐다”며 “그런데 우리가 공장 설립 의사를 밝힌 뒤 다른 곳에서도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며 좀 멀리 떨어진 곳의 건설 현장을 가리켰다.
노 부사장은 “사우디가 고유가 덕분에 외화를 많이 벌어들이면서 투자에 대한 의욕이 많다”며 “앞으로 5년간 이 황무지가 산업단지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곳에 세워지는 공장은 LG전자가 49%, LG전자의 사우디 내 독점 판매 대리점 역할을 해온 샤키르가 5%를 출자한다. 샤키르로서는 LG전자의 제품을 수입해 판매만 하다가 LG전자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제조업에 뛰어드는 셈이니 상당히 감회가 깊을 것으로 보인다.
생산설비는 약 4만평 부지에 총 3500만달러 투자돼 연간 50만대 생산 규모로 설립된다. 일단 올해 500만달러를 투자해 25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춰 올 하반기부터 생산을 개시할 예정이다. 생산능력은 2011년까지 20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해 연 50만대로 확대된다.
LG전자를 LG전자-샤키르 사우디 현지공장을 토대로 사우디는 물론이고 오일 머니를 토대로 급성장하고 있는 인근 중동시역의 에어컨 시장 공략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사우디로서는 이 공장을 통해 사우디 젊은이들의 취업 기회를 확대한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사우디는 오일 머니 덕분에 먹고 사는데는 문제가 없지만 실업률은 9%를 넘어서는 등 고용 문제가 심각한 편이다.
사우디 에어컨 시장은 연평균 7%씩 성장해 지난해 6억9300만달러로 확대됐고 올해는 7억4800만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에어컨 시장은 2011년까지 약 10억000만달러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 에어컨시장에서 LG전자의 지난해 점유율은 22%였다. LG전자는 시장점유율을 올해는 25%로 확대하고 현지 공장이 연간 5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는 2011년에는 34%로 늘려 에어컨시장 1위 자리를 공고히 다진다는 계획이다.
LG전자 기공식에는 LG전자 노 부사장과 사업 파트너인 후세인 샤키르 샤키르 사장 등 회사 관계자는 물론 노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수행하고 있는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과 하심 빈 압둘라 야마니 사우디 상공부 장관도 참석했다.
김 장관은 축하인사를 통해 “사우디는 중동 지역의 역동적인 산업 허브가 될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LG전자와 샤키르의 합작 공장이 사우디 산업화의 초석을 닦기를 기대하고 큰 성과를 거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권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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