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권성희기자]중동을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26일 2박3일간의 사우디아라비아 공식방문 일정을 마치고 두번째 방문국인 쿠웨이트로 향한다.
노 대통령은 지난 2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 도착,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국왕과의 정상회담, 사우디 의회인 국왕자문회의 연설, 한-사우디 경제인 오찬 간담회, 동포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노 대통령은 압둘라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에너지와 건설·플랜트 분야 협력을 지속해나가는 것은 물론 제조업과 정보통신(IT),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양국관계를 포괄적이고 호혜적인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원유 공급 및 에너지 산업 투자 관련 협력을 강화하고 사우디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와 국가정보화산업 등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넓혀나가기로 했다. 또 양국간 교역·투자를 확대하고 한국의 개발경험을 사우디와 적극 공유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회담은 수교 이후 이번에 처음 이뤄졌다. 최규하 대통령이 지난 1980년 5월에 사우디를 방문했으나 급변하는 국내 정치상황으로 인해 당시 칼리드 국왕과 정상회담은 갖지 못하고 귀국했었다.
이번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중과세방지협정, 고등교육협력 약정, IT 협력약정 등의 서명이 이뤄졌다.
◆중동 6개국과 FTA 등 한-중동 협력 확대 제안
노 대통령은 국왕자문회의에서는 한-GCC(걸프협력회의)간 자유무역협정(FTA)를 포함한 ‘2세기 한-중동 미래협력구상’을 제안했다. GCC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아랍에미리트연합, 바레인 등 걸프지역 6개 국가들이 역내 정치, 경제, 사회 부문 통합을 위해 지난 1981년 설립한 지역 협력체다.
GCC는 풍부한 원유를 토대로 높은 구매력을 보유하고 있어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미국 등 주요 경쟁국보다 FTA 체결이 뒤쳐질 경우 GCC 수출(2005년 62억달러)이 연간 5억달러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GCC는 우리나라가 원유 수입의 68%, LNG 수입의 47%를 의존하고 있는 지역으로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서도 관계 강화가 절실하다.
노 대통령은 ‘21세기 한-중동 미래협력구상’에서 한-GCC간 FTA 외에 GCC 인적자원 개발에 대한 기여, 정부와 기업, 종교계, 학계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문화교류 프로그램 추진, 연례 한-중동 협력포럼의 확대·강화를 제안했다.
◆”한국의 와이브로와 DMB 사우디에 유용할 것”
노 대통령은 한-사우디 경제인 오찬 간담회에 참석, 에너지와 건설·플랜트 중심의 양국 협력관계를 제조업, IT, 문화, 인적교류, 발전경험 공유로 한 차원 끌어 올리자고 제안하며 ‘세일즈’ 외교에 주력했다.
노 대통령은 양국 경제인 약 300여명이 참석한 오찬간담회에서 LG전자가 사우디 회사와 합작해 에어컨 공장을 사우디에 건설하는 것에 대해 “비석유화학 분야에서 처음 이뤄지는 산업협력사례”라며 “(양국이) 협력의 폭과 깊이를 한층 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특히 제가 권해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의 와이브로와 DMB 기술”이라며 “사우디에 꼭 필요한 기술로 국토가 넓고 국가정보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사우디에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투자도 당부했다. 한국에는 우수한 인력과 첨단과학기술, 넓은 소비자층,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이 있어 기대 이상의 기회와 이익을 제공해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사우디의 국비유학생 80명이 올해 우리나라에 유학을 오면서 한-사우디 교육 교류도 확대된다. 우리나라에 유학 오는 사우디 국비 유학생은 앞으로 5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친미도 하고 친북도 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동포간담회에 참석, 사우디 교민도 격려했다. 동포간담회에서는 특히 변화하는 남북관계에 대해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을 우리하고 원수로 만들어놓고 그 우환을 언제까지 감당하려 하느냐”며 “앞으로 대한민국이 살자면 친미도 하고 친북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에 별로 퍼준 것도 없는데 어떻게 퍼준다고 하고 ‘너 북한하고 친한 정권이냐, 친북 정권이냐’하고 할 수 있느냐”며 보수진영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어 "북한보고 '독하게 안 한다'고 그동안 구박을 너무 세게 받았다"고 그간 심경을 토로한 뒤 "보기에 따라 퍼줬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정도의 지원은 꼭 해야 한다"며 "그것은 투자이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남북관계에 대한 낙관론도 펼쳤다.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해결이 안 됐다"며 "설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도 하고, 때로는 하고 싶은 말도 아끼고 절제하고 여러 노력을 했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한국시간 오후) 쿠웨이트의 수도 쿠웨이트시티 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영행사 참석을 시작으로 1박2일간의 쿠웨이트 국빈방문에 돌입한다. 노 대통령은 쿠웨이트에서 정상회담, 국회의장 접견, 동포 대표 접견, 한-쿠웨이트 비즈니스 포럼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권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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