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강기택기자][대성그룹 김영훈 회장, 대담 : 이백규 산업부국장]
대성그룹 김영훈 회장에게는 꿈이 있다. "워런 버핏의 회사인 버커셔 해서웨이 주식처럼 1주만 갖고 있어도 직원들이 부자가 되는 것"이 바로 그의 꿈이다. 이 꿈을 위한 매개체가 계열사 바이넥스트창업투자다.
바이넥스트의 고유계정을 통해서 우량 상장주에 투자하고 조합계정을 통해서는 벤처 투자를 지속한다. "버핏이 주로 우량 상장주에 집중한 것과 달리 한 손에는 우량상장주, 한손에는 벤처 투자를 통해 바이넥스트를 성장시키고 마침내 세계적인 프라이빗에쿼티로 키우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물론 아직 버핏의 회사와는 "상대가 되지 않는" 줄 안다.
이 같은 궁극적인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과정에서 그의 대성그룹이 선택한 것은 에너지사업의 글로벌화와 문화콘텐츠 사업의 확대 강화다. 대성그룹은 이 두축을 중심으로 2010년까지 매출 10조원대 순익 10억 달러를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본업(에너지사업) 글로벌화에 집중
김회장이 그룹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글로벌리제이션이다. 그래서 "글로벌 스탠다드가 우리의 스탠다드가 되도록 하고 우리의 스탠다드가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이를 대성그룹의 사업영역에 대입하면 그동안 내수 중심이었던 에너지 사업을 글로벌화하는 것이다. 세계에너지협의회(WEC) 부회장의 경험이 밑천으로 메이저 에너지기업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화의 대표적인 사례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시에 태양광·풍력 복합시스템을 설치한 것. 전기를 공급하고 지하수를 끌어 올려 녹지화를 추진하는 프로젝트인데 최근에는 아프리카의 한 국가와 이 시스템의 수출협상을 벌이고 있다.
또 대구 방천리에 쓰레기 매립가스(LFG) 자원화시설을 가동하고 있는데 이것을 동남아에 수출하는 것도 검토중이다.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가스중계무역도 사업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
에너지 사업과 관련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올 하반기의 글로벌 포럼이다. 그룹 창립 60주년을 맞아 "떠들썩한 기념식 대신 글로벌 포럼"을 선택했다. 주제는 기후변화와 신재생에너지다. 관련분야의 석학과 전문가, 기업인 등을 초청해 학습의 장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2가지 새로운 성장동력, 콘텐츠와 포탈
올해 김 회장이 다보스포럼에 갔을 때 일이다. IT분야의 CEO들이 모여 가장 유망할 것 같은 사업에 대해 투표를 했는데 그 결과 첫번째가 콘텐츠사업이었고 두 번째가 포탈이었다. 김 회장은 "안심이 됐다". 대성그룹이 그 두 분야를 다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너지 사업의 글로벌화와 함께 가장 신경 쓰는 것이 문화콘텐츠사업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김 회장은 "바이넥스트를 통해 영화와 게임에 계속 투자를 해 나갈 작정"을 하고 있다. 영화 '마라톤'으로 대박을 내기도 했지만 손해 보지 않는 보수적인 투자가 원칙이다.
영화 '마라톤'과 관련한 일화 한 토막. 장애인 이야기여서 돈을 대겠다는 곳이 많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 가서 볼 만한 영화가 없다고 느꼈던 김 회장은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손해만 안 보면 된다'고 여겨 투자했다. 그리고 예상외의 대박이 났다.
바이넥스트의 투자로 생산된 컨텐츠는 포탈 사이트 코리아닷컴과 결합된다. 김 회장은 지난해 초 인수한 코리아닷컴을 "한국을 주제로 하는 디지털테마파크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을 코리아닷컴에서 다 알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김 회장은 코리아닷컴을 '살림포탈' '민생포탈'로도 만들 계획이다. 코리아닷컴은 5월 10일 창립기념일을 전후로 해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포탈을 "개인들이 점포를 내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성그룹의 콘텐츠사업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대성닷컴이다. 대성닷컴은 서적출판에 주력하면서 코리아닷컴에 콘텐츠를 공급하게 된다. 하나의 컨텐츠로 출간도 하고 영화도 만드는 원소스멀티유스 체제를 지향한다.
"유기농사업은 첨단산업"
김 회장이 에너지사업을 하다 보니까 자연친화, 청정 등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유기농 사업. 그래서 유기농 웰빙식품을 취급하는 온라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친환경 쇼핑몰 웰베이( www.wellbay.co.kr)가 바로 그것이다.
바이오 비료와 유럽식 친환경 유기농 기술을 적용한 유기농 식품을 팔고 있고 친환경 생활용품 등을 판매한다. 장기적으로는 직접 농장을 운영할 계획도 세워 두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의 식탁과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것.
해외 청정지역에 농장 확보를 하고 유기농 제품을 전세계적으로 트레이딩하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이를 위해 호주와 뉴질랜드에 현지법인 네오팜(NEO FARM)을 세웠다. 농장에서 생산된 유기농 뿐만 아니라 농장 자체를 매매하는 것도 고려중이다.
김회장은 "농업국가인 호주, 뉴질랜드에서 농장을 개발하고 유기농사업을 벌이겠다고 하니까 현지에서굉장히 환영하더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유기농사업은 첨단산업이라 여기므로 글로벌한 유기농 네트워크를 만들고 나가고 싶다"는 게 그의 말이다.
한국경제 이제 출발점에 섰다
그는 당면한 한국경제의 가장 큰 변수로 '북한'을 꼽았다. 북한으로 인한 리스크프리미엄 때문에 한국기업이 저평가돼 있다는 것. 따라서 북한 문제만 잘 풀리면 엄청나게 한국경제와 기업이 뜰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회장은 또 가장 큰 기회는 중국으로 인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버드 대학 시절, 중국 전문가들이 강연을 하는데 '중국이 개방되면 혜택 볼 나라가 한국'이라는 게 골자였다. 대성그룹의 경우 중국이 이제 막 도시가스를 도입하고 있어 더 없이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그는 남북한의 경제와 정치가 통합이 돼 안정되면, 다시 말해 북한변수가 해결되면 동북아는 앞으로 100년동안 굉장히 번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보기에 일본은 기술과 돈이 있고 중국은 시장과 생산기지가 있다. 반면 한국은 매니지먼트를 갖고 있다.
김 회장은 "창조적이고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매니지먼트 능력을 갖고 있는 한국이 앞으로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경제가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이라고 하는데 이제 출발이라는 게 그의 견해.
"북방기마민족 특성을 이어받은 한민족이 몽골처럼 세계의 80%를 점령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기운이 폭발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그가 대담에서 한 마지막 말이었다.
강기택기자 ace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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