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경숙기자][편집자주] 전 국민 투자자 시대가 눈 앞에 왔다. 연금, 적립식 펀드의 활성화로 경제활동인구 2명 중 1명은 펀드나 연금계좌를 가지고 있게 됐다. '내가 국민으로서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표권을 행사하듯 투자자 권리를 행사할 순 없을까? 내 돈에 나의 가치관, 나의 철학을 담으면서 돈도 벌 수 있는 투자전략은 없을까?' 머니투데이와 기업책임시민연대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일주일에 한번씩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투자전략을 찾아 소개한다.
[[투자로 좋은 세상 만들기]<2-1>펀드 이름 달라도 종착역 '좋은세상']
투자시장에서 사회책임투자(SRI)가 주목 받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은 올해까지 모두 3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개인투자자들도 SRI를 하고 싶다. 투자로 좋은 시장, 좋은 세상을 만든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국내 판매 SRI펀드는 9개. 그런데 '아름다운', '좋은', '행복나눔', '지속가능기업' 등 이름에 들어간 말만 봐선 뭐가 어떻게 다른지 알기가 어렵다. 그간 나온 언론보도도 SRI펀드가 '그 나물에 그 밥', 다들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정말 그럴까?
머니투데이는 3월 22일, 23일 이틀 동안 이메일 설문과 전화 인터뷰, 운용사 탐방을 통해 국내 판매 SRI펀드의 면면을 분석했다. 조사결과, 실제로 종목 편입 기준이 유사한 펀드가 많았다. 그러나 기업 개선에 참여하는 펀드, 특정 산업엔 투자하지 않는 펀드, 해외 투자 펀드, 기부하는 펀드 등 나름의 개성이 돋보이는 펀드들도 있었다.
◆환경ㆍ사회ㆍ경제적 책임 높은 기업이 주요투자처
모든 면에서 '올바른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면 선택지는 많다. 국내 판매 SRI펀드 9개 중 7개가 환경, 사회적으로 책임감이 높고 경제, 지배구조적으로 지속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 투자(Positive Screening)한다. 기은SG, 농협CA, 대신, 산은, 삼성, 우리CS, SH자산운용의 펀드가 그러하다.
이런 SRI펀드들에 투자하면 코스피 인덱스 펀드와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흉 잡힐 곳 없는 기업에 투자하다 보니 SRI펀드들이 편입종목으로 대기업을 많이 넣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삼성물산, 삼성전자, 신한지주, 포스코, 하이닉스 같은 종목이 그러하다.
벤치마크 지수도 코스피 종합지수를 쓰는 곳이 가장 많다. 기은SG, 농협CA, 산은, 우리CS, SH자산운용 등 5곳이 그러하다. 대신 행복나눔SRI주식투자신탁은 유사지수인 코스피200을 쓴다.
'올바른 기업'은 대개 대형주라 변동성이 낮다. 성장주 투자를 가미하고 싶다면 기은SG좋은기업바른기업주식, 알리안츠 기업가치향상장기주식G-1, 산은SRI좋은세상만들기주식1을 보자. 이 펀드들은 벤치마크보다 초과수익을 내기 위해 주식자산 중 일정 비중을 가치주에 투자한다.
◆해외 SRI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들
국내 상장시장이 좁다고 느껴지면 해외 SRI투자에 눈을 돌려보자. 알리안츠 글로벌에코테크 주식투자신탁은 해외에서 운용되는 역외펀드다. 펀드 운용은 알리안츠 그룹계열사인 영국 알씨엠자산운용 친환경 운용팀이 맡았다.
글로벌에코테크펀드는 풍력발전기업인 스페인의 '가메사', 수질과 폐기물을 관리하는 프랑스 '베올리아', 재활용기술이 뛰어난 벨기에 '유미코어' 같은 대체에너지, 친환경기술기업에 투자한다. 벤치마크지수는 임팩스(Impax) ET50이다. 이 지수는 환경기술기업 중 대형주 50개로 영국의 임팩스자산운용이 구성한다.
삼성투신운용의 글로벌베스트 좋은세상 주식펀드는 미국, 유럽, 일본, 한국에서 지속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기업에 투자한다. 벤치마크도 다우존스지속가능성지수(DJSI) 70%, 코스피200지수 20%, 콜 10%로 해외지수의 반영도가 높다.
이 펀드의 자산은 아비바(AVIVA) 유럽SRI펀드, 샘(SAM) 지속가능한 물 펀드, UBS 친환경펀드, 파이오니어 글로벌 윤리펀드 등 역외펀드가 70%를 차지한다. 국내 주식 중엔 삼성전자 등 대표적 대형주들과 삼성증권, 우리금융, NHN, 한국전력, 현대제철, 제일모직, 유한양행, 삼성화재, 두산인프라코어 투자 비중이 높다.
◆기업 개선하는 펀드, 도박ㆍ담배 배제하는 펀드
좀 더 적극적인 SRI전략을 쓰고 싶다면 기업가치향상장기주식과 프런티어지속가능기업SRI주식을 눈여겨 보자. 알리안츠자산운용의 기업가치향상장기주식 시리즈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SRI만을 위해 별도로 구성된 팀이 운용한다. 팀의 이름은 '행동하는가치투자(Value In Action)'.
이 팀의 특징은 회사 내 다른 팀들과 정보의 방화벽(fire wall)을 둔다는 점이다. SRI 기법 중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dvocacy)를 주로 쓰기 때문이다. 이 기법은 투자기업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적인 개선을 요구한다. 따라서 이 팀의 개선 요구 내용이 다른 펀드와 투자자한테 알려지면 당연히 '미공개 정보 유출'이 된다.
'미공개 정보'에 대한 방화벽은 같은 회사에서 같은 종목에 투자하는 다른 펀드에도 작용한다. 김정우 알리안츠자산운용 이사는 "다른 팀 펀드매니저조차 기업가치향상펀드가 어느 기업에 투자했는지는 해당 기업에 가봐야 알 정도"라고 전한다.
우리CS자산운용의 프런티어지속가능기업SRI주식과 대신투신운용의 행복나눔SRI주식은 배제 기준(Negative Screening)을 적용한다. 따라서 프런티어지속가능기업SRI펀드는 도박, 무기, 담배 관련 기업을 투자대상에서 제외한다. 행복나눔SRI펀드는 술이나 담배, 도박 업체를 가려내고 투자한다.
↑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투자도 하고 기부도 하고
프런티어지속가능기업SRI는 기부 비율도 국내 SRI펀드 중 가장 높다. 이 펀드의 판매사인 대구은행과 우리CS자산운용은 지난 1월, 판매수익과 운용수익을 10%씩 떼어 공익사업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의 SRI주식펀드인 톱스(Tops)아름다운SRI주식1 역시 판매사와 운용사가 함께 사회공헌에 나서는 펀드다. 이 펀드는 판매보수, 운용보수를 합해 3% 남짓한 수익을 아름다운재단 등 공익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수익률은 어떨까? 운용기간 1년 이상인 SRI펀드는 톱스아름다운SRI주식1뿐인 탓에 중장기 수익률 비교는 어렵다. 3개월 단기 수익률은 '알리안츠 기업가치향상장기주식' 시리즈가 3.7~4.2%로 가장 높다.
전문가들은 "SRI펀드가 환경, 사회, 경제적 책임면에서 우수한 기업을 고르는 선별 전략을 쓰는 경우엔 투자기간이 길수록 수익률에 유리하다"고 말한다. 톱스아름다운SRI주식1는 지난 1년 4개월동안 벤치마크인 코스피지수보다 8% 정도 높은 22%대 수익률을 올렸다.
◆SRI펀드 고를 땐 장기투자펀드 고르듯
홍의석 삼성투신운용 수석매니저는 "지속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은 주가 변동성이 낮고 성과가 10년~20년 동안 장기간에 거쳐 향상된다는 특징이 있다"며 최소 3년 이상 중장기 투자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SRI펀드라고 해서 무조건 장기투자용 펀드로 적합한 것은 아니다. SRI펀드 역시 운용진의 실력과 펀드 운용기간, 운용사 인사정책 등 펀드의 기본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한 펀드평가 전문가는 "국민연금의 SRI 투자 이후 단지 마케팅용으로 상품을 내놓는 곳도 생겼다"며 해당회사 홈페이지, 펀드평가사 사이트에 공개된 정보를 잘 확인하고 투자할 것을 권했다.
↑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경숙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