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진상현기자]
이른바 '돈이 되는 시장'에 은행권의 영업이 집중되면서 '출혈 경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시도금고, 공공기관, 대학, 병원 등 기관영업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12일 신한은행과 주거래은행 계약을 체결했다. 신한은 지난 9월 공개입찰에서 국민, 우리은행에 이어 3순위에 그쳤지만 1,2순위 은행들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포기하면서 기회를 잡았다.
신한은행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입장이지만 경쟁은행들은 "무리한 요구를 들어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초 서강대 지점 유치전 때는 상황이 반대였다. 신한은행이 '출혈' 문제를 적극 제기하는 입장이었다.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에 합병된 구 조흥은행이 10여년간 운영해온 서강대 지점을 치열한 경쟁 끝에 유치했다. 신한은 전형적인 출혈 경쟁 사례라고 주장했고 우리은행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맞받았다.
공격과 수비의 주체만 바꿔놓으면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 선정 과정에 대한 논란과 거의 흡사하다. 이쯤되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을 떠올릴만 하다.
물론 출혈 시비가 불거진 사안들 가운데 실제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은행들의 부실 관리 능력이 높아지고, 매년 1,2조원이 넘는 순익을 안정적으로 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에 대해 어느정도 관대해지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자유로운 시장 경쟁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권익을 높이고 기업의 체질 강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에서 출혈 시비가 붙었던 최근의 시도금고 유치전 등에 대해 금융당국은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기관영업 담당자는 "요즘 기관고객들이 은행을 '봉'으로 아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반대로 은행들이 그동안 소비자들을 '봉'으로 생각해온 것은 아닌지, 최근의 '출혈 경쟁 논란'은 은행권에 또하나의 숙제를 던지고 있다.
진상현기자 j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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