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최석환기자][韓美 통상장관 회담 26일 시작…"이미 물밑 타결" 음모론도 솔솔]
한미 양국은 내일(26일)부터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끝내기 위한 최종 고위급 회담에 돌입한다.
이번 회담은 양국의 통상장관급인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캐런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협상단 대표로 참여, 모든 쟁점이 타결될 때까지 진행된다. 협상단 규모는 우리측이 70여명, 미국측이 60여명으로 구성되며 농업과 섬유 분과의 고위급 협상도 함께 열릴 예정이다.
협상시한이 한국 시간을 기준으로 31일 오전7시(미국 시간 기준 30일 오후6시)로 종료되기 때문에 양국에 협상 내용을 보고하고 최종 승인을 받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최종 타결 시점은 30일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우리측에서 협상 기간 내내 '딜 브레이커(협상 결렬 요인)'로 거론해온 '쌀'을 개방 대상에 포함시킬 뜻을 분명히 한데다 자동차와 쇠고기, 개성공단 등 핵심쟁점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막판 '결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美-쌀 vs 韓-TPA...마지막 협상카드
모든 통상 협상에서 그렇듯 한미 FTA 협상에서도 농산물이 타결을 결정짓는 마지막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쇠고기와 오렌지, 낙농품 등 초민감 난제들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드디어 쌀을 최후의 협상카드로 들고 나오면서 상황이 꼬여가는 형국이다.
협상단 내부에서는 미국이 최종 협상에서 우리측의 '아킬레스건'인 '쌀'을 통해 쇠고기와 차 등 실질적인 관심 품목을 얻어내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향후 다른 나라와의 FTA에서 '쌀'이 선례로 남는 것에 대한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문제는 미국이 진짜로 쌀 개방을 요구하고 나올 경우다. 실제 미국의 쌀 재배 농가는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 따라 올해말에 만료되는 농업법(Farm Bill) 개정 과정에서 보조금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한국 시장 개방을 원하고 있다는 것.
이럴 경우 FTA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는 우리측은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쌀을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할 '마지노선'으로 공표했기 때문. 김현종 본부장도 통상장관 회담에 앞서 "쌀은 관세양허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협상단 관계자는 "미국이 막판에 쌀을 거론하고 있는 것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협상카드로 보는 견해가 많다"이라며 "그러나 진짜로 쌀 시장 개방을 원하고 있다면 '딜 브레이커'가 될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우리측은 미국의 신속협상권(TPA)이 부여한 협상 시한(3월말)을 최후의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물론 권오규 경제부총리까지 나서서 "손익이 맞지 않은 협상을 체결하지 않겠다"며 협상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달래는 전법도 쓰지만 협박도 중요한 카드"라며 "시한에 얽매는 건 미국이기 때문에 막바지 협상카드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상은 끝났다"...짜고 치는 고스톱?>/b>
그럼에도 "협상은 끝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협상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줄줄이 나오고 있는 협상 관계자들의 낙관적인 전망은 물론이고 국제적인 신용도나 한미 관계 등 협상이 깨진 뒤 몰아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외교부 핵심관계자가 최근 "협상이 중간에 깨지는 경우는 종종 있어왔지만 마지막에 깨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협상단 안팎에서는 양측이 모두 내부적인 반대 여론이나 이해당사자들을 고려, 물밑 타결을 해놓고도 막판 진통으로 포장해 발표 시점을 조정하고 있다는 '음모론'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우리 정부는 이미 3월30일 최종 타결에 대비, 내달 4월1일 장차관 워크숍을 갖고 종합적인 국내산업 보호대책과 대국민 홍보대책을 마련키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협상 실무진들이 '3월말 타결'을 기정 사실화하면서도 언론에는 일관되게 자동차나 농산물 등 핵심쟁점에서 전혀 양보가 없다고 발표하는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협상단 관계자는 "타결에 가까워질수록 양측의 양보안이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에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과정에서 오해가 커지고 있지만 타결될 후 모든게 공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석환기자 neok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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