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강기택기자]국내 조선소의 수주량이 증가하면서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중국에 블록공장을 짓거나 조선소를 세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선박 설계도면과 제조기술 등을 중국에 넘겨줘 장기적으로 중국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조선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중국에 선박 블록공장을 짓고 있는 곳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저장성 닝보에 연간 12만톤 규모의 블록공장을 가동중이며 지난해 3월 산둥성 룽청에 블록 제작을 위한 제2생산기지를 착공했다. 2008년 말 완공되면 연간 50만톤을 생산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도 2005년 7월 중국 산둥성 옌타이에 중국법인을 설립해 올해 7월부터 블록 생산에 들어간다. 올해 3만톤의 블록 생산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20만톤의 블록을 생산해 옥포조선소에 공급하도록 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조선소를 짓는 곳은 STX. 랴오닝성 다롄에서 곧 기공식을 할 예정이다. 조선소 뿐만 아니라 블록 제조, 엔진 부품 조립, 주물, 단조 등 기초소재 가공까지중국에서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해외 현지 수직계열화 생산체제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블록공장의 경우 블록이 선박의 일부분이긴 해도 공정과 품질을 개선시켜 국내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기술 전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조선소의 경우는 설계도면과 제작노하우의 유출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부장급 설계전문가는 "블록공장은 논외로 치더라도 조선소를 중국에 짓게 되면 설계도면과 기술유출이 상당히 이뤄질 수 밖에 없다"며 "현지의 수심 등을 고려해 상세설계를 현지에서 해야 하는데 이는 설계의 모든 기술이 통째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간 수주량이어서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고는 하나 지난해 12월과 올 1,2월 중국의 선박수주량이 3개월 연속 한국을 앞지르는 등 중국 조선업이 기세를 올리고 있는 시점에 직접적인 경쟁자인 중국에 블록공장이나 조선소를 짓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얘기다.
필리핀에서 한진중공업이 조선소를 짓고 있는 것처럼 인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공장 부지 및 인건비가 저렴하고 입지여건이 좋은 지역들도 많은데 굳이 중국으로 가서 중국의 추격을도와주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해당업체의 논리는 좀 다르다. 대우조선해양은 단순한 철판에 지나지 않는 블록을 가지고 기술유출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은 비용을 절약해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중국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STX는 국내의 부지난과 높은 인건비로 인해 고부가가치 선박은 진해에서 생산하고 다롄에서는 벌크선, PC선 등 중국이 이미 제조기술을 갖춘 범용선박을 건조하는 체제로 가는 것이므로 기술유출 우려는 기우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STX는 선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했다고 밝혔다. 중국기업과 합작하지 않고 100% 단독 공동경영에 따른 리스크를 막았고 국내 협력업체와의 동반진출해 범용기술 위주의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등 기술유출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는 것.
삼성경제연구소 임영모 수석연구원은 "블록공장은 크게 기술유출의 영향이 없겠지만 조선소를 짓는다면 원론적으로 말해 기술유출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렇지만 기업 차원에서 성장과 수익을 위해 나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기택기자 ace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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