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홍재문기자]지난 2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한 뒤 발표한 정책결정문을 놓고 시장은 금리 인하 쪽으로 해석했다.
지난해 6월까지 17번 연속 금리를 인상한 뒤 동결을 거듭해온 FRB가 향후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서브프라임 문제나 경기 위축 우려 등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미 주가는 장마감까지 남은 2시간30분 동안 연중 최대폭으로 급등했다.
시장이 법이라고 하니 이 같은 주가 급등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지만 내 생각은 전혀 다르다. 내가 읽은 FOMC 발표문은 긴축정책 중단 시사가 아니라 물가 앙등 및 경기 둔화 우려감의 표출이었다.
같은 뉴스를 놓고도 해석에 따라 누구는 주식을 매수하고 누구는 주식을 매도하는 것처럼 스태그플레이션이 머리에 꽉 차있는 상태기 때문에 그렇게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나는 그 같은 시장 흐름을 인정하지 못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을 대량 보유한 기관들이 부도 맞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서브프라임 업체에 돈을 대주거나 해당 업체 자체를 인수하려고 나서는 경우가 있다.
또한 FRB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확신하면서 서브프라임 증권을 사재기하는 곳도 등장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문제가 일단락되고 있다는 진단은 물론이다.
그러나 닷컴 버블의 경험을 살려보면 이제 시작이다.
당시 전체 주식에서 닷컴이 자치하는 비중이 6%에 불과하다면서 증시 전반적인 파급효과는 없을 것이라던 주장처럼 이번 서브프라임 증권도 전체 모기지 증권의 11%에 불과하고 프라임 모기지로의 전이는 없다는 것이 대세다.
하지만 닷컴 붕괴 후 S&P500 지수는 반토막이 났고 상당한 미국 기업이 부도에 처했다.
최근 자산시장 상승에 대해서도 패러다임이 변했다든가 세계적으로 투자 대상이 부족하게 되면서 나타나는 구조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그린스펀 전 FRB의장이 96년말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증시 진정에 나서다가 신경제(New Economy)라고 말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 닷컴 버블이 터진 것처럼 자산시장 가격상승의 주원인인 유동성을 배제하고 다른 명분을 갖다 붙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닷컴 버블 붕괴 이후 타격을 받은 기업들은 설비투자와 재고 축적을 회피했다. 아웃소싱에 주력하면서 코스트를 낮췄으며 늘어난 이익금으로 자사주 매입과 배당확대에 나섰다.
때문에 다시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기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재기할 발판이 없다. 현재 기업이 과잉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은 자사주이며 수정해야 할 정책은 고배당이다.
서브프라임으로 부동산시장 거품이 터지게 되면 이번엔 기업이 아닌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
닷컴 버블 당시 설비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였지만 미국 소비는 GDP의 70%나 된다. 이 70%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경기는 보나마나다.
문제는 당시와는 달리 미국 저축률이 22개월 연속 마이너스라는 점이다. 주식과 부동산으로 소득효과를 내던 소비자들이 자산시장 가격하락을 보충할 곳간이 없는 셈이다.
닷컴 버블로 인해 FRB는 무려 5.25%포인트의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을 무한대로 풀어 자산가격 급등을 유도했다.
현재 더 큰 문제는 유동성이 잉여를 보이는 상태에서 또 다시 금리인하를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점이다. 과잉 유동성 상황에서 터지는 버블을 유동성 추가 공급으로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더 이상 중국발 디플레 효과를 기대하지 못한다. 여기서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더 공급한 들 물가 앙등만 조장하게 된다.
닷컴 버블 후 중앙은행은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서 경기를 살렸다. 그러나 이번 어셋버블엔 중앙은행이 사용할 카드가 없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싹트는 상황에서 거품이 터지기 시작한다. 물론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홍재문기자 j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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