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반준환기자]　23일 열린 한신평정보 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인 다우기술이 상근감사를 낙하산식으로 선임한 데 대해 노동조합과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 잠복했던 분란이 재점화됐다. 다우기술이 자회사 한신평정보에 대한 영향력을 키운 시도로 한신평정보 노조와 직원들은 민영화 이후 소유와 지배의 분리를 통해 어렵게 유지해온 신용인프라기관으로 공공성이 또다시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며 법정소송도 불사하는 결사항전 태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한신평정보 내부와 금융권에서는 박상태 사장을 비롯, 경영진이 공공성 강한 업체 수장으로서 이같은 대주주의 외풍을 방관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해 경영진의 리더십도 덩달아 흔들리고 있다.

　23일 열린 한신평정보 주주총회에서는 무려 5시간에 걸쳐 정회와 고성이 오간 끝에 최대주주인 다우기술(지분율 29.5%)이 노조원과 일부 소액주주의 반발을 물리치고 임기만료된 비상근감사인 조강본씨를 상근감사로 선임하는 데 성공했다. 조씨는 다우기술 계열인 키움증권의 사외이사를 맡을 정도로 다우기술과 인연이 깊다.

　이날 한신평정보 직원과 노조원들은 이번 인사가 공공성 강한 신용인프라 기관으로서 회사가 그간 유지해온 독립경영을 훼손하는 일로 보고 성명서를 내고 주총 과정에서 부단히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나 다우기술이 뜻을 굽히지 않고 표대결로 조강본 감사선임안을 통과시키자 분개한 노조원들이 한꺼번에 주총장을 박차고 나갔다. 직원들이 철수한 주총장에는 불과 10여명의 주주와 임원, 진행원만 남아 허탈한 모습을 보였다. 박상태 한신평정보 사장 역시 허공만 응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신평정보는 1985년 50여개 금융기관의 공동 출자로 한국 최초의 신용평가사로 설립된 뒤 개인신용평가(CB·크레디트뷰로), 기업신용조사, 자산관리, 채권관리 등 공공성이 강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다우기술은 한신평정보가 2000년 코스닥에 상장된 후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른 기업이다. 다우기술은 대주주 등극 후 한신평정보의 경영을 완전장악하려는 시도를 지속, 직원 및 노조와 갈등을 빚어왔다.

　과거에는 대주주의 경영개입 시도가 있을 때 마다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임직원이 함께 뭉쳐 외풍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2003년 다우기술이 산업자원부 과장 출신의 권용원 부사장을 한신평정보 사장으로 선임하려 하자 전임 송태준 사장과 임직원이 단합, 경영권 개입을 적극 방어했다. 당시에도 다우기술은 주주총회에서 긴급발의를 통해 대표이사 해임 및 신규선임 등을 안건으로 제기하며 기습작전에 나섰다.

　송 사장은 즉시 폐회를 선언했으며, 이후 임직원들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자신이 전면에 나서 외풍을 막았다. 최고 경영자가 강력대처하자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정보 등 신용평가 업계에서도 노조를 통해 이를 지원한 바 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경영을 맡고 있는 박 사장이 보여준 모습은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 노조와 직원들의 불신을 사고 있다. 과거처럼 최악의 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와 직원들 사이에서 중심을 못잡고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한번의 임기만 채우고 떠났던 전임사장들에 비해 박 사장은 이례적으로 연임에 성공한 케이스이다. 박 사장은 한신평정보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을 뿐 아니라 자회사인 한국신용평가의 이사진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대주주인 다우기술에서 상당한 신임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신평정보 한 노조원은 "최대주주의 지원을 업고 비상시국에 직원들보다 대주주의 입장만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주주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선을 그어줘야 하는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특히 노조 등 회사 내부에서는 다우기술의 경영간섭이나 불합리한 자금지원 의혹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반준환기자 ab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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