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류영재서스틴베스트 대표][[류영재의 좋은투자]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는 두 가지 관점] 몇 달 전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서 지속가능경영 컨설팅을 맡고 있는 한 컨설턴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대학에서 환경 분야를 전공했고, 석사와 박사과정까지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내게 이런 이야기를 건넸다.
"저는 지금도 지속가능경영 컨설턴트라는 명함을 들고 다니지만, 요즘은 기업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측면만을 잘 한다고 해서 과연 지속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느냐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말문이 막히곤 합니다. 이보다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현금흐름 등 재무측면과 매우 높은 상관성을 띠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현금흐름이 막히면 기업이란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최근 들어 사회책임투자는 지속가능성 투자와 동의어로 통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도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곧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담보하는 투자일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전통적인 “기업의 사회책임” 지지자들은 윤리경영 측면을 일정부분 양보해온 반면, 환경론자들 중심의 “지속 가능한 발전”의 진영에서는 대거 사회적 가치와 지배구조를 도입하면서 양자의 개념은 뒤섞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진화과정은 과거에 진행형이었듯 현재에도 진행형이며 미래에도 그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대적 의미의 '기업 사회책임'도 보다 실용적인 노선을 택하고 있으며 동시에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도 재무적 중요성을 더욱 수용하는 추세를 띤다. 더군다나 이러한 진화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회책임투자의 주류화 현상과 맞물리며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진화의 모멘텀은 비단 사회책임투자 그룹만이 아니고 기업 사회책임이나 지속가능성을 고루한 담론으로 폄훼하던 다국적 투자은행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아마도 이들 투자은행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사회책임투자 시장을 좌시할 수만은 없다는 경영적 판단과 기업의 비재무적 위험과 기회요인들이 점차 기업의 경영실적과 긴밀하게 맞물리는 현상들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최근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와 씨티그룹(Citigroup)은 몇 편의 사회책임투자 보고서를 냈다. 그 내용들을 훑어보면 아주 뚜렷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두 투자은행들 공히 "지속가능성 투자는 곧 ESG를 분석해서 이를 투자에 반영하는 것이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이들 ESG분석 결과를 어떻게 전통적인 재무 및 투자분석과 통합시킬 수 있느냐 하는 문제"라고 보고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은행을 대표하는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4년 지속가능성 분석틀을 개발한 후 2004년과 2005년 에너지 산업을 분석했다. 지난해 초에는 유럽의 미디어산업 그리고 하반기에는 동일한 틀로 광업 및 철강 산업을 분석한 바 있다. 이 분석 자료들을 살펴보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크게 봐서 세 가지 측면(현금흐름, 산업의 특성, ESG)에서 접근한 후에 이들 각각의 분석결과를 통합시켜서 골고루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들을 분류해냈다.
부연하자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란 첫째로 투자한 자본 대비 현금 회수가 얼마나 원활히 이뤄지고 있느냐를 분석하고, 둘째로는 광업과 철강의 산업적 특징적 요소들을 추출하고 그러한 요소들에 대해 전략적으로 적절히 대응하고 있느냐를 평가하며 마지막으로 그들이 고안한 50개의 ESG 기준들로 기업들을 평가한다. 따라서 위 세 가지 부문들 중에서 특정부문만이 아니라 전 부문에서 균형 있는 점수를 받고 있는 기업들을 골라 매수 추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올 초에 나온 씨티그룹의 '강을 건너며(Crossing the River)'라는 사회책임투자 보고서는 새로운 스크리닝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7가지 접근방법들 외에 '재무 가중 업종 최고기업(Financially-weighted Best-in-Class)' 접근법이 바로 그것이다. 기존의 업종 최고기업(Best-in-Class)방식은 동료그룹들 중에서 순수하게 ESG 측면의 최고기업들을 판별하여 투자종목에 편입하는 방식이라면 새로운 방식은 기업실적과 밀접하다고 판단되는 ESG 항목들에 가중치를 부여한 후 업종 최고기업들을 골라내는 방법이다.
씨티그룹의 분석가들은 재무적으로 관련성이 높은 항목들을 더욱 중요하게 판단한다. 예컨대 대형연소공장 가동여부, 카본 트레이딩 수준, 핵폐기물 처리방법 등과 같은 항목들은 기업의 재무적 리스크와 직접적으로 연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 항목들에 대해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아마도 순수한 업종 최고기업 접근방식이 상대적 투자수익을 높이는데 있어서 미흡하다는 나름의 판단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러한 저간의 변화를 바라보면서 몇 가지 궁금증을 갖게 된다. 과연 '지속가능성'이란 개념이 환경론자들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운동 진영의 전유물일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또, 현대적 의미의 재무적 측면을 강조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개념 변화가 과연 바람직한 발전의 과정인가 아니면 그 전통적 지속가능성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변질의 과정인가 하는 것도 궁금하다.
물론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바라보는 시각이나 이해관계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의 논의를 전개함에 있어서 실용주의적 입장이나 원칙 주의적 입장이나 공통적으로 유념해야 할 사실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사회책임투자도 투자인 이상 투자의 근본적 목적은 시장의 최적 수익률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기업과 사회와의 관계가 서로 샅바싸움을 하듯 상호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보완적인 관계로 크게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형을 깨면 흔히 그것은 ‘변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원형을 보존하며 변화하는 시대정신과 환경을 적절히 수용하면 그것은 ‘변화’가 된다. 나는 앞서 말한 지속가능 컨설턴트의 고민이나 두 투자은행들의 보고서에서 이들이 사회 책임성의 관점에만 매몰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생래적 특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사회성의 원형에 접목시키려는 바람직한 변화의 모습을 읽게 된다.
류영재서스틴베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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