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반준환기자]한신평정보에 잠복되어 있던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주주총회를 기회로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한신평정보는 국내상위의 신용정보업체로 CB(크레딧뷰로·개인신용평가) 및 부실채권관리 등 공공성 강한 신용인프라업무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최근 경영실적과 위상이 올라가자 최대주주인 다우기술의 경영간섭이 또다시 시작됐다는 것이 노조와 직원들의 시각이다. 다우기술은 한신평정보 주총을 장악, 입맛에 맞는 인사를 구성하는데 성공했으나 노조 등 내부직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23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한신평정보의 주총은 잦은 정회와 고함, 설전, 그리고 안건승인에 대한 표대결까지 이어지며 무려 다섯 시간 동안 진행됐다.
안건중 이슈가 된 것은 감사선임이었다. 다우기술은 한신평정보의 비상근 감사로 임기가 말료된 조강본씨를 재선임하는 동시에, 상근직으로의 전환시키고 보수한도액도 1억5000만원으로 올리려 했다.
조 감사는 쌍용투자증권 이사, 동방페레그린증권 감사, KTB네트워크 전무·감사 등을 역임했다. 특히 지난 2004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다우기술 계열인 키움닷컴증권의 사외이사를 맡을 정도로 다우기술과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한신평정보 직원들은 이번 인사가 회사의 공공성과 투명경영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 조 감사의 재선임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내고 경영진 및 주주들에게도 의사를 전달해왔다. 하지만 다우기술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양측은 결국 주총장에서 얼굴을 붉히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최대주주인 다우기술측이 보유하고 있는 한신평정보 주식은 140만4286주(29.5%)로 주주총회에서 표대결로 갈 경우, 한신평정보 직원들의 의사는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였다.
따라서 주주총회에 참석한 직원들은 노동조합 및 우리사주조합 등의 대표자를 통해 이번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사정족수 미달여부 등 절차상 하자를 걸었다. 이후 주총은 파행을 거치다 감사선임을 3개월간 미루자는 절충안이 나왔고 이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지만, 기관·펀드 등 우호지분을 동원한 다우기술과는 게임이 되지 않았다. 유효투표 가운데 98.7%가 이날 주총에서 결론을 내자고 의견을 모았고, 다우기술의 뜻대로 조강본씨는 상근 감사로 선임됐다.
반준환기자 ab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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