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강기택기자][창립 35년 현대重, 노사공동선언 "다음 세대에 희망되는 기업" 약속]
지난 19일 울산 현대예술관에서 추모음악회가 열렸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기리는 자리였다. 고인의 애창곡 '봉선화'는 올해도 변함없이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과 최길선 사장, 김성호 노조위원장 등 참석한 사람들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음악회는 해마다 여는 관례적인 의식(ritual)이 아니었다. 35년전 한 거인이 뿌린 '씨앗'의 열매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은 이날 세계 1등 조선소의 위상을 지켜 나가자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노사가 한 마음으로 말이다.
현대중공업이 23일로 창사 35주년을 맞는다. 울산의 허허벌판에 지은 조선소가 오늘날 2만5000명을 고용한 대규모 조선소가 됐다. 1980년대 연평균 280만GT(총 톤수)에 불과하던 수주잔량은 지난해에는 2020만GT를 돌파했다. 3년6개월 동안 건조할 수 있는 물량이다.
1974년 1억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은 100배 가까이 늘어났다. 1983년 10억 달러, 1992년 2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1999년 30억 달러, 2001년 50억달러, 2005년 70억 달러로 증가햇고 지난해 90억 달러를 웃돌았다. 올해 목표는 100억 달러다.
연초에 설정한 경영목표는 매출 15조2000억원에 순익 1조원. 이대로라면 지난해의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게 된다. 최길선 사장이 연초에 말했듯이 "충분한 조업량을 확보하고 있어 목표달성도 무난"한 상황이다.
창립 당시의 '모험기업' 현대중공업이 조선업에 뛰어들면서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이 속속 배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는 오늘날 울산과 거제를 먹여 살리고 한국을 먹여 살리는 계기가 됐다.
현대중공업은 단순히 세계 1위 조선업체가 아니라 조선업을 통해 축적된 기술로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전기전자시스템, 건설장비 사업까지 범위를 넓혀 세계 정상급의 종합중공업 회사로 성장했다.
음악회에 함께 했던 사람들은 22일 창사 3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조선소 체육관에 다시 모였다. 이들은 1995년부터 이어온 12년 연속 무분규의 전통을 지켜 가겠다는 내용의 '노사공동선언'을 이날 선포했다.
민계식 부회장은 "현대중공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노사관계도 세계적으로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해마다 발전을 거듭해 다음 세대에게도 희망이 되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김성호 노조위원장도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노조도 공동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고 정 명예회장이 무덤에서 흐뭇해 할 풍경이었다.
강기택기자 ace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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