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권성희기자]노무현 대통령이 22일 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를 금지하고 있는 이른바 정부의 '3불(不)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대전에서 열린 과학기술부의 국민과 함께 하는 업무보고와 뒤이은 과학기술인과의 오찬에서 "(사립대 총장들이) 소위 3불정책을 마구 공격하고 있는데 입시 제도로 인해 학생을 획일적인 입시경쟁으로 내몰고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쫓아 버리는 그런 정책을 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본고사 시절 부작용도 나열했다. 노 대통령은 "초중등학교에서부터 입시경쟁이 시작되고 그 부작용으로 아이들은 고통을 받고 부모들은 사교육 문제, 학교 선생님들은 학원에 다 학생 빼앗기고 공교육 붕괴되고 학생들에게 지나친 학업 부담을 주고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창의력 교육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한경쟁의 교육 속에서 창의력 교육을 못해서 고교를 평준화시키고 중학교에서 입시공부를 없애고 나니 초등학교에선 다양성 교육이라든지 예체능 교육이라든지 또는 창의력, 인성교육이 알차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평준화 또는 대학교 입시과정의 다양성 이런 것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것이고 공교육의 신뢰성과 품질 향상은 모두 함께 협력해 노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노 대통령은 "입시경쟁이라는 것이 나쁠 것 없으나 필연적으로 획일화되고 암기 위주로 교육이 된다"며 "그래서 문민정부부터 학교의 창의력 교육, 다양성 교육을 넣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 기울여왔고 그 방향으로 지금까지 주욱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평준화된 뒤에 고등학교에 간 사람들이 50세 가까이 됐는데 이미 한국사회 학문적 영역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면서 경쟁 잘하고 있지 않나. 아이들도 경쟁 잘하고 있지 않나"라며 "이 교육제도가 과학기술 경쟁력 향상에 상당히 적합한 제도이기에 이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교육의 기회 때문에 계급적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의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고, 교육의 기회 때문에 계급이 굳어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층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교육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이 같은 중대한 문제들을 놓고 몇몇 개 대학에서 지금 입시제도를 흔들고 있는데 아주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 "3불정책 중에서도 고교등급화는 본고사 제도에 따라가는 것이니까 핵심은 대학 본고사"라며 "대학별 입시 전형 방법의 자유인데 교육의 자유는 가져도 좋지만 왜 선발하는 것까지 꼭 자유를 가져야 하느냐"라고 대학들을 비판했다.
이어 "합리적으로 1% 정도 선발할 수 있을 정도면 되지 이를 또 1000분의 1로 나눠서 거기서 또 우열을 가리게 하고.."라고 본고사 부활 움직임에 대해 비판한 뒤 "그런데 여기에 대한 공세가 너무 심해서 정부가 방어해 나가는 것이 벅차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 과학기술의 장래를 놓고 고심해달라"며 "제 생각은 3불정책을 무너뜨리고 본고사를 부활시켜서 초중등학생부터 입시 경쟁에 몰아넣으면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퇴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맞는지 검증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제 임기가 얼마 안 남아 걱정스럽다"며 "과학기술계 여러분들이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미래를 위해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평가해달라. 이대로 가면 한국이 낙오한다"고 강조했다.
권성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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