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오상헌기자][김지하 "孫 공개지지"..孫 "목수된 심정으로 임할것"]
"'중도'의 길이 외로운 길인데 엄청난 결정(탈당)을 한 것이 놀랍고 또 고맙다. 지지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제3지대' 정치세력화와 외곽 지지세력 확보를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손 전 지사는 22일 '민주화 운동' 시절 선배인 시인 김지하씨를 만나 '공개지지' 선언을 이끌어 내고 "시베리아를 반드시 넘어서겠다"고 말했다.
김지하씨는 손 전 지사가 대학 시절부터 교분을 이어 온 지인으로 1970년대 유신 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이끈 '민족시인'이다.
생명운동, 문예부흥 운동에 눈을 돌려 문화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김지하씨는 지난해 '100일 민심대장정' 당시에도 손 전 지사를 직접 찾아 '조언'을 한 바 있다.
손 전 지사가 김지하 씨를 면담 1호 인사로 택한 것은 한나라당 색깔을 지우는 대신 '중도개혁' 인사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두 지인의 이날 만남은 종로구 원산동 창덕궁 인근에 위치한 김지하 선생의 문화사랑방 '싸롱마고'에서 이뤄졌다.
특히 손 전 지사의 탈당이 김지하씨와 소설가 황석영씨의 결정적 조언에 힘입은 것으로 알려진 터여서 둘 사이의 만남에 간단치 않은 '정치적 의미'가 내포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예상대로 김지하 씨는 이날 "경제는 손 전 지사가 전문이고 전공 자체가 '제 3의 길"이라면서 '중도' 세력 중심의 새 정치 구상에 지지를 표했다.
또 해방 정국의 이념갈등 속에서 '중도'의 길을 걸었던 백범 김구와 몽양 여운형 선생을 거론하며 "손 전 지사와의 교분에 관계없이 놀랍고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앞으로 어려움이 많겠지만 하나의 공당으로서 명백한 중도개혁의 길을 꼭 좀 걸어달라"고 부탁하며 "자랑스럽고 지지한다"라고도 말했다.
손 전 지사도 이에 적극 화답했다. 그는 "새로운 정치로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겠다"며 "다른 사람을 살게 하는 집을 지어주는 목수가 된 심정으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형님(김지하)이 정신적으로 이끌어달라"고 부탁했다.
손 전 지사는 또 전날 구로디지털단지 방문 사실을 소개하며 향후 행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벤처 성공률이 5%라고 하는데 내 앞에 있는 것도 벽밖에 없다. 이 벽을 밀어내고 길을 내 새로운 정치의 창업주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만남에서는 김지하씨의 최근 관심사이기도 한 '문화', '문명'과 관련된 담론들이 정치 현안과 어우러져 대화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손 전 지사는 "지금 정치 담론이 전부 경제다, 몇 만불이다 수치만 오가는데 지금은 경제와 문화가 더해져 새 문명이 창조되고 있다"며 "이런 담론이 정치권에도 필요하고 이것에 내 과제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김지하 씨도 "우리나라에는 문화 대통령은커녕 문화정치가도 없다"며 "디지털시대의 키워드인 문화나 문예부흥, 신문명을 말 한 사람은 손지사 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날 손 전 지사와 김지하씨는 약 40여분 간의 대화를 마치고 인근 식당으로 이동해 칼국수를 함께 먹으며 환담을 이어갔다.
한편 김지하 씨는 "손 전 지사를 어떻게 지지할 것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내 주변의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손 전 지사한테 가보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능력 있는 사람은 많은데 능력을 드러내 줄 사람은 없었다"며 "손 전 지사 주변에 앞으로 많은 사람이 모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상헌기자 bbo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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