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전필수기자][주가급등 기간 차익실현 대주주, 최근 반값에 장외매각]
2만원이 넘는 주식을 8000원에 판 이유는 뭘까. 그것도 경영권을 넘겨주면서까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거래가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이뤄져 의혹을 사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해 10월부터 교묘히 폭등 중인 금형부품 제조 판매업체 루보에서 일어난 일이다. 루보는 지난해 10월 중순 11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21일 2만4000원까지 급등했다.
5개월여 동안 20배가 넘는 폭등을 했지만 이상 급등 종목에도 지정되지 않았다. 폭등기간 내내 상한가를 몇차례밖에 기록하지 않는 등 교묘히 주가관리를 했기 때문이다.
코스닥 공시팀 관계자는 "이상급등 종목으로 지정하려면 특정 요건을 맞춰야 하는데 루보의 경우 지정요건에 부합하지 않았다"며 "특정기업 때문에 규정을 당장 바꿀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일에는 최대주주인 감상근 회장이 회사 주식 50만주(4.97%)를 박춘옥씨 외 1인에게 40억원(주당 8000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해 주위를 의아하게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에는 양창규 대표를 비롯한 임원진들이 보유지분 45만8703주(4.63%)를 32억원(주당 7000원)에 김정희씨에게 매각했다. 최근 일련의 계약으로 루보의 최대주주는 김정희씨로 변경됐다.
보통 대주주측이 경영권 매각을 할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현 시세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경영권을 사려는 쪽 입장에서 보면 현 경영진에 웃돈을 얹어주고 경영권을 확보하는 게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현 대주주측이 빨리 회사를 팔고 싶은 마음에 주식 처분을 서둘러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보다 싸게 팔 수는 있다. 물량이 많은 대주주가 주식을 장내에서 팔 경우, 주가가 급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보의 경우는 이런 예외가 적용될 이유를 찾기 힘들다.
최근 루보의 일평균 거래량은 100만주 수준이다. 김상근 회장 등이 장외에서 판 가격보다 장내에서 최소 2배 이상은 받고 팔 수 있는 상황이다. 양측 사이에 모종의 밀약이 없었다면 성사될 수 없는 계약인 셈이다.
최근 장외매각에 앞서 김상근 회장을 비롯한 루보의 경영진들은 지난해 11월부터 꾸준히 장내에서 지분을 처분해 왔다. 지난해 9월말 기준, 39.14%에 달했던 이들의 지분율은 최근 장외거래 직전 17.19%까지 감소했다. 주가가 폭등하는 시기에 20% 이상의 지분에 대해 차익을 실현한 것이다.
이와 관련, 증시 전문가들은 "이유없는 주가 급등과 이 시기를 이용한 대주주의 차익실현에 대해 의문이 있었다"며 "이번 대주주들의 장외거래와 이 의문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추측이 전혀 근거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필수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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