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강종구기자]한국은행이 올해부터 근무성적이 부진한 직원에 대해 명령휴직이나 감봉 등의 조치를 취하는 소위 `5% 퇴출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말뿐인 구조조정 수단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가 하면, 한은 내부에서도 분란의 조짐이 일고 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부터 연간 2회씩 이루어지는 근무성적 평가에서 5회 연속 하위 5%에 포함되는 직원은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된다. 또 그 이후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을 경우 징계 또는 명령휴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근무평가에서 3회 연속 하위 5%에 포함되는 직원은 원인분석과 개선방안 등에 대한 인사상담을 받아야 한다. 그 이후에도 다시 연속 2회 하위 5%에 들게 되면 부서 재배치와 함께 승진과 연수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한은은 그동안 3회 연속 하위 5%에 드는 직원들에 대해 경고를 주는 등 부분적으로 비슷한 시스템을 운용해 왔다. 올해부터는 이를 확대 적용해 아예 제도화하기로 한 것이다.
5회 연속 하위 5%에 포함되면 성과급이 기준지급률의 70%만 지급되고 이후 평가때마다 3분의 1씩 지급액이 추가 삭감되기 때문에 급여 측면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한은 내부의 평가다.
한은은 이와 함께 팀장과 국실장 등 관리자급 직원에 대해서도 부하직원들의 상향평가를 토대로 보직 퇴출 시스템을 적용할 방침이다. 관리능력 평가 결과 2회 연속 80점 미만일 경우 인사상담을 받도록 하고 이후에도 2회 연속 80점에 미달하면 국실장은 차기 인사에서 국실장 직책에서 배제하고 팀.반장은 팀원 등으로 강등 조치된다.
그러나 내용을 알고 보면 `퇴출제`라는 이름이 걸맞지 않는다. 사실상 명령휴직이나 감봉의 대상이 될 직원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알려진 것처럼 5회 연속 하위 5%에 든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명령휴직이나 감봉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이 해당 직원에 대해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동의를 해 주어야만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노동조합은 자동적으로 명령휴직 대상이 되는 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승원 한은 노조위원장은 "명령휴직 조치는 노조의 동의 없이 취해질 수 없고, 5회 연속 하위 5%에 들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명령휴직 대상이 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제도의 도입 취지 자체도 구조조정용이 아니었다는 것이 한은과 노조의 해명이다.
이승일 한은 부총재는 "지난해 혁신기획반에서 성과급 도입 등 여러가지 조직혁신 방안을 만들었는데,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된다"며 "내부 경쟁심을 유발해 직원들 개개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지 성적 나쁜 직원을 내쫓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도 "서울시의 3% 퇴출제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며 "근무성적이나 태도가 지극히 불량해서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경우에 한해 명령휴직이나 감봉조치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회 연속 하위 5%에 포함될 경우 객관적으로 근무태도가 불량하다는 기준이 될 수 있고, 그 중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경우에 한해 선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노조는 5% 퇴출제가 구조조정용으로 악용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도 도입에 동의를 한 것도 기본 취지에 대해서만 동의를 한 것이고, 실제 퇴출대상 직원이 발생을 할 경우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이 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종구기자 dark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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