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권성희기자][국정홍보처, 각국 취재지원 시스템 조사 결과]
국정홍보처는 22일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해외 각 정부의 취재지원 시스템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처럼 거의 모든 정부부처가 브리핑실과 기자송고실을 설치, 운영하는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국정홍보처는 이번 실태조사를 토대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취재지원 시스템을 선진화하고 대언론 취재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정홍보처는 브리핑실과 송고실 유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대부분의 국가들이 정부부처에서 브리핑실과 송고실을 운영하는 사례가 없었다고 밝힘에 따라 정부부처내 브리핑실과 송고실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홍보처는 지난 1~2월 OECD 회원국에서 한국을 제외한 29개국 중 27개국의 정부부처 취재지원 시스템 운영 실태를 조사했다. 이 가운데 우리와 같은 대통령제 국가는 미국 등 4개국이었고 나머지 23개국은 내각제 국가였다.
◆"미국과 일본은 주요 정부부처에서 기자실도 운영"
이 결과 모든 국가가 대통령(총리)실 중심으로 브리핑실을 설치, 운영하고 있었으며 대통령(총리)실에 브리핑실이 없는 경우 의회 브리핑실이 있거나 정부청사 옆에 별도의 미디어센터(스위스)가 있었다.
특히 미국, 일본, 이탈리아는 정부 내에 기자실까지 두고 있었다. 미국은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법무부에 상주 기자실을 설치해 언론사별로 자리를 배치하고 있었고 이탈리아는 총리실에 통신사 기자 중심으로 6명 정도의 기자가 상주하는 기자실이 있었다.
일본은 과거 한국의 출입기자실과 같은 형태의 기자실이 있었고 특히 총리가 매일 한번씩 약식 브리핑을 하는 등 취재 지원에 적극적이었다. 이외에 내각제 국가들은 대부분 의회에 기자실을 두고 있었다. 정부청사 옆에 5층 규모의 독립된 미디어센터가 있는 스위스의 경우 미디어센터에 기자실이 운영되고 있었다.
출입기자 단체도 미국과 일본의 경우 대통령(총리)실이나 정부부처에 존재하고 있었고 내각제 국가에도 의회 출입기자모임은 있었다.
국정홍보처는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거의 모든 부처가 브리핑실, 송고실을 설치, 운영하는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중앙, 과천, 대전 합동청사 및 13개 단독청사에 37개의 브리핑실과 송고실이 설치 운영되고 있고 특히 송고실은 상주기자 고정좌석을 배치해 사실상 기자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미국은 백악관을 포함해 국무, 국방, 법무, 농부, 교통부에만 브리핑실이 설치돼 있고 이 중 기자실이 설치된 곳은 백악관, 국무, 국방, 법무부뿐이라고 지적했다.
◆의원내각제에서는 의회에서 브리핑실·송고실 운영
또 의원내각제 국가는 대개 정부부처가 아니라 의회에서 브리핑실을 운영해 기자들은 이 곳을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의 전 부처에서 브리핑실과 기자실 형태의 송고실을 운용하는 곳은 일본 뿐이라고 덧붙였다.
출입기자단도 미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내각제 국가에서 의회 출입기자모임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반면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부처에서 사실상의 기자단과 간사제도가 운영되면서 엠바고 혐의, 풀기자 구성, 친목활동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월16일 국무회의에서 "거기(기자실)에 몇 명 기자들이 딱 죽치고 앉아 가지고 보도자료를 자기들이 가공하고 만들어 나가고 담합하고 이와 같은 구조가 일반화되어 있는지 각국의 대통령실과 각 부처 기자실 운영 실태를 조사해 보고해달라"고 지시함에 따라 이뤄졌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언급한 정부부처내 기자실은 이미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부터 폐지되고 개방형 브리핑제도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었다. 결국 노 대통령은 자신이 기자실을 없애고도 기자실이 문제라며 조사를 지시한 셈이다.
결국 국정홍보처는 우리나라에도 기자실은 없지만 다른 OECD 국가들과 달리 거의 모든 부처에서 브리핑실과 송고실을 운영되고 있고 특히 송고실이 기자실화되고 있는 점이 문제란 결론을 내렸다.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 취재시스템 동일 비교 문제 없나?
문제는 국정홍보처가 OECD 거의 모든 국가가 정부부처에서 브리핑실과 송고실을 운영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밝혔지만 OECD 대부분의 국가는 의원내각제로 대통령제인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다.
의원내각제는 정부 수반이 의회에 의해 선출되고 내각도 의회에서 구성해 장관이 모두 의원이란 점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정책 수립과 집행도 의회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반면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이 독립적인 권한을 갖고 장관을 임명하고 내각을 구성해 정책을 수립, 집행해 나간다. 대통령제에서는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의회가 아니라 각 정부부처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정부부처 취재 시스템은 다를 수밖에 없음에도 OECD 대다수 국가란 이유로 의원내각제 시스템을 그대로 우리나라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조사 대상국 중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 스위스, 프랑스, 핀란드 등 4개국 가운데 프랑스는 이원집정제로 우리나라 대통령제와 차이가 있고 스위스는 정부부처 옆에 별도 미디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한 형태의 대통령제인 미국은 주요 부처에 소규모의 기자실이 존재한다. 핀란드의 경우 기자실은 없으나 브리핑실과 송고실은 운영하고 있다.
결국 정부부처 취재 시스템은 해외의 취재시스템하고만 비교해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형태와 정책 수립 및 집행의 과정을 함께 놓고 살펴봐야할 문제다.
권성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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