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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희경경제부장]
"일본에 가면 논바닥 한가운데 반도체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첨단사업으로 보이는 반도체사업도 실은 환경오염이 심한 공해업종이다. 왜 이런 곳에 공장을 지었을까. 공해물질이 공장에서부터 한 방울도 새어나가지 않고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배수진을 친 것이다."

 '이헌재식 경영철학'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저자(이성규)가 십수년 전에 목격했다는 이 장면이 며칠 전 경기 이천에서 재연됐다.

김문수 경기지사 등이 하이닉스반도체의 열병합발전소에서 나오는 냉각수를 이용해 첫 모내기를 했다. 경기도 측은 배출되는 물이 따뜻해(23℃) 이양작업을 평소보다 40여일 당겼고, 수질은 이미 국립환경연구원 지정기관에서 깨끗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모내기는 정부가 환경문제로 하이닉스 이천공장의 증설을 불허한 것이 옳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이벤트다. 김 지사는 오는 7월 쌀을 수확하면 직접 밥을 지어먹겠다고 했다. 나아가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농법까지 활용해 '임금님표' 이천쌀 브랜드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의욕도 보였다.

 경기도의 배수진은 사실 정부가 쳤다면 훨씬 나았다고 본다. 정부가 무엇보다 기업을 중시하겠다는 의지가 앞섰다면 보다 엄격한 배출기준을 부과하더라도 하이닉스 공장 증설을 허용 못할 리 없다. 그랬다면 기업환경 개선을 명분으로 무수한 정책을 만들어내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정부는 '친기업적'이라는 진정성을 쉽게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최근 제기된 한국경제의 '샌드위치론'을 지나친 호들갑이라고 폄하하는 태도를 보면 애당초 이런 기대 자체가 무리였는지 모르겠다.

이건희(삼성) 정몽구(현대·기아차) 최태원(SK) 회장 등 굴지의 그룹 총수들이 잇따라 언급한 '샌드위치론'은 경영 최일선에서 감지된 우리 주력산업의 위기를 압축한 것이다. 그런데도 당국은 마치 참여정부의 경제치적을 비판하는 주장쯤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위기가 아닌 때가 있었느냐" "10년 전에도 제기됐다" 등의 반응이 그렇다.

 물론 '호들갑'이란 표현은 이른바 '정치언론'에 피해의식을 느끼는 정부가 재계 총수가 아닌 일부 언론을 겨냥해 쓴 것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접근방식과 태도를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이번 '샌드위치론'에 대해 추격하는 '브릭스'와 앞서가는 선진국의 틈에 낀, 한국의 활로를 놓고 머리를 맞대보자는 호소로 받아들였다면, 우선 경제부총리나 산업부 장관이 나서 "기업인들을 만나 현장 얘기를 들어보겠다"고 화답하지 않았을까.

 그렇더라도 '없다는' 위기가 증폭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닥칠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응할 수 있는 민관 협력의 토대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재정경제부 산하의 한 청은 이 상황에서 '20년 만에 오는 기회, 놓칠 수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e메일을 보내왔다. 열어 보니 개헌의 시급성을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호들갑은 오히려 정부가 피우고 있다고 보는 것은 또다른 침소봉대일까.

정희경경제부장 hellohk@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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