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뉴욕=유승호특파원][버냉키의 고육책, 미국경제 성장 전망 녹록치 않은듯]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긴축 기조를 중단할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금리 인상을 통해 돈 줄을 조여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긴축정책이다. 벤 버냉키 FRB의장은 그동안 "경제성장보다 인플레이션 방어가 우선"이라는 긴축기조를 유지해왔다. 취임후 17번 연속 금리를 인상, 돈줄을 조인데 이어 지난 번까지 5번 연속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금리 추가 인상 시기는 경제전망에 달렸다"며 추가 인상을 시사해왔다.
그러나 21일(현지시간)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조종 간을 틀었다. 회의후 발표한 정책결정문을 통해 긴축정책을 사실상 중단할 것임을 시사했다.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되는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파고가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자 고육지책을 내놓은 셈이다.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다음 순서는 금리 인하"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FRB는 이날 연방기금 금리 목표를 연 5.25%로 동결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6번 연속 동결이다.
하지만 FRB는 정책결정문에서 미국 경제 전망과 관련, "최근 경제지표들이 혼재(mixed)된 상태"라고 밝혀 지난 1월의 낙관적인 입장에서 후퇴했다. 지난 1월31일 FOMC에서 "최근 경제지표들이 다소 견조한 경제성장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FRB는 관심이 집중됐던 주택시장과 관련해서도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혀 지난 번 "주택시장에서 미약하나마 안정되는 신호가 보인다"고 낙관했던 것과 대조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그동안 FRB 결정문에서 줄곧 볼 수 있었던 '추가 긴축(additional firming)'이란 단어도 사라졌다.
FRB는 그동안 정책결정문을 낼 때마다 "추가 긴축의 시기와 범위는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전망에 따라 결정될 필요가 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번 결정문에서는 '추가 긴축'이란 말을 빼고 " '향후 정책 조정(Future policy adjustments)'은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전망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FRB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바 있는 경제분석가 폴 카스리얼(노던 트러스트 시큐리티)은 "그들이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실제 경제 전망에 대해 좀더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FRB는 이날 정책결정문에서 "미국 경제가 다음 분기에 완만하게나마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종전의 낙관론을 폐기처분 하지는 않았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은 긴축 중단을 시사할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되살릴 위험이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이같은 입장을 강력 시사한 것은 미국 경제의 성장 전망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반증해준다.
버냉키 의장은 이번 긴축 중단 시사로 인플레이션 부담을 짊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FRB는 정책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늦추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소 고삐를 다 잡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가 실제로 월가의 예상보다 많이 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FRB는 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과 관련, "인플레이션 압력이 시간이 흐르면서 낮아질 것 같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이 다소 높아졌다"며 "높은 자원 가동률은 이같은 인플레이션 압력 억제해줄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유승호특파원 sh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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