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유림기자][투자용 대출금지 불구 현실성 적어]
상하이에서 화물운송회사에 다니는 덩 이준(32)씨는 최근 20만위안(2만8515달러)짜리 '포드 포커스' 자가용을 구매하면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통장에 모아 놓은 돈으로 충분히 살 수 있을 만한 가격이지만 주식 시장을 생각하면 현금을 자동차 구매에 쓰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그는 당초 계획대로 예금은 모두 주식 투자에 쓰기로 하고, 갖고 있는 3개 신용카드와 단기 대출을 통해 자동차를 구매했다.
덩 씨는 "지난해 투자했던 쓰촨수이징팡(四川水井坊·주류회사) 주가는 무려 3배나 올랐다"면서 "지금 주식 시장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덩씨의 사례는 중국 정부의 주식투자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이 얼마나 쉽게 신용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라고 21일 보도했다.
베이징 소재 BOC인터내셔널의 애널리스트 유안 린은 "대출 고객들이 원리금을 꼬박꼬박 갚기만 하면 은행들이 사실상 대출을 해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은행들은 정부의 규제를 잘 피해가면서 리파이낸싱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덩 씨도 "간단한 전화 통화로도 중국건설은행, 상업은행, 교통은행 같은 은행에서 신용 대출을 받아 연봉의 3배 가까이 나가는 자동차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증시 과열을 조절하기 휘해 주식투자 목적의 신규대출 금지 권고를 내렸다. 하지만 주택이나 자동차 구입 등의 명목으로 대출을 한 후 목적에 맞게 얼마든지 리파이낸싱할 수 있다는 것이 중국 은행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감독 당국도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의 리우 밍캉 회장은 "대출 신청서에 기재한 내용과 다르게 대출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공상은행(ICBC) 상하이지점의 자오 지에 대출 상담 부장은 "부동산 중개인과 짜고 모기지 대출을 받는 것처럼 속여 이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다른 지점들과 정보망을 연계해 이런 고객들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들도 단속에 적극적인 상황은 아니다. 중국사회과학원 인 지안펑 연구원은 "은행들도 대출 금리로 장사를 해야 하는 만큼 정부의 권고사항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리파이낸싱을 거친 모기지 대출금이나 리볼빙 대출금으로 증시에 투자된 돈은 3000억~5000억위안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16일 폐막한 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증시 과열에 대한 구체적 규제 방안이 나오지 않아 투자 열기는 앞으로 더욱 고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27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8.8% 폭락한 것도 전인대 개막을 앞두고 정부의 증시 과열 억제책 발표에 대한 경계 심리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인 연구원도 "정부 내에서도 현재 주식 시장이 버블 단계인지에 대해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에게 증시 과열을 경고하는 것 이상의 규제 정책이 사실상 어렵다고 실토했다.
중국 최고위 경제정책 기관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마 카이 주임은 "투자자들은 나름의 판단과 분석을 토대로 증시에 투자한다"며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주식 시장을 투명하게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경로를 넓히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내국인들의 경우 해외 투자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주식 시장이 과열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은행 예치금은 30조 위안을 넘은 반면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10조위안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김유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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