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강종구기자][A-와 스프레드 사상최저..국민연금, 신협 등 투자가능등급 조정 영향]
올들어 회사채 시장이 `죽을 쑤고` 있는 가운데, 유독 BBB+등급 채권들만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그 배경에는 국민연금이 있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A-인 회사채와 BBB+인 회사채간의 금리차이(스프레드)는 최근 사상 최저인 0.20%포인트 수준으로 좁혀졌다. 같은 투자적격등급이기는 하지만 옛날같으면 신용등급이 A로 시작하느냐, B로 시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조달금리가 하늘과 땅차이였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더구나 올들어 회사채 시장은 전면적인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은행채가 대거 발행되면서 국채와의 금리차이(신용스프레드)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저신용등급인 BBB급 이하 회사채는 발행조차 힘든 실정이다. 거래는 뚝 끊겼고 자산운용사 회사채 펀드에서는 자금이 줄줄이 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BB+등급만이 유독 강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국민연금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올들어 국민연금이 투자가능등급을 BBB+로 확대한 것이 결정적"이라며 "당분간 쉽게 꺾일 추세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해까지 BBB급 회사채에 전혀 투자를 하지 않았으나 올해부터 투자가능 등급을 A-에서 BBB+로 낮추었다. 향후 장기적으로 BBB-등급까지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운용규모가 무려 160조에 달하는 국민연금기금의 BBB+급 회사채 시장 진입은 클 수 밖에 없다. 국내 BBB+급 회사채 시장의 규모라고 해봐야 4~5조원이 고작. 한해 5000억원씩만 투자해도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결정적이다.
국민연금정도의 영향력은 아니지만 BBB+급 강세를 이끈 세력은 또 있다. 바로 전국에 퍼져 있는 신협과 새마을금고들이다. 이들은 국민연금과는 거꾸로 투자가능등급을 상향조정했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은 종전엔 BBB-등급까지 포트폴리오에 담았지만 지난해 10월경 잇따라 BBB0미만 회사채 투자를 중단했다. 비오이하이디스테크놀로지, 팬택그룹 등 BBB-급 회사채에서 대형 신용사건이 연속 터지자 대형 손실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것.
국내 한 증권사 채권영업 담당자는 "신협과 새마을금고가 발을 빼면서 그동안 저신용등급 회사채를 주로 소화하던 리테일시장이 사실상 무너진 상태"라며 "당분간 BBB+급 강세, BBB-이하 약세의 구도가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강종구기자 dark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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