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반준환기자]차기 우리은행장에 박해춘 LG카드 사장이 내정됐다.금융계에서는 박 사장이 은행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큰 약점으로 봤던터라, 우리은행장 유력설에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우리은행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이종휘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최병길 금호생명 대표 등 은행경험이 풍부한 정통뱅커를 선택하지 않고 박해춘 사장의 카드를 뽑아들었다.
◇구조조정+경영능력에 점수
추천위의 결정은 박 사장이 서울보증보험, LG카드 등 구조조정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점을 고려해 은행장으로도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도약을 이뤄낸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겸 우리은행장과도 과거 삼성그룹에서 함께 일했다는 점에서 경영연속성을 이뤄가는데 교감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험, 카드업과 은행의 경영여건이 다르다는 점을 들어 이번 박 사장의 은행장 인사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보험이나 카드업의 경우 마케팅에서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은행은 예금전략부터 시스템, 인터넷뱅킹, 외국계 투자은행과의 경쟁, 부동산금융 등 고려해야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박 사장의 이미지가 구조조정 전문가로 굳어졌다는 점은 강점인 동시에 약점으로도 꼽힌다.
박 사장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과거 서울보증보험이나 LG카드 당시에 수행해왔던 업무가 물리적 구조조정보다는 시스템의 효율을 올리고 전략효과를 극대화하는 '경제적 구조조정'에 맞춰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우리은행장 후보에 공모한 직후 기자와 만나 " 내가 맡았던 서울보증보험, LG카드 양쪽 모두 인적 구조조정은 없었다"며 "다만 경제적 구조조정, 즉 프로세스가 잘못됐다든지 시스템이 잘못됐다든지, 상품군에 약점을 보강한다든지 하는 것들을 개선하는데 주력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즉 구조조정기업의 사석(死石)정리가 아닌 시장을 읽고 전체적인 전략을 짜는 정석(定石)운영에 강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박 사장은 1조원 이상의 적자를 안고 있던 서울보증보험을 맡아 2003회계년도에 2000억원 이상의 흑자기업으로 전환시켰다. 2004년 부임했던 LG카드 역시 이듬해부터 순이익 1조원 이상의 탄탄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은행장의 꿈, 결국 성취
박 사장은 LG카드에 이어 우리은행까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을 3곳이나 맡았지만 개인적으로 은행장의 꿈을 이뤘다 것이 무엇보다 감격스러울 것이라는게 주변의 해석이다. 과거 LG카드 사장으로 낙점받았을 때도 지인들에게 내심 시중은행을 맡고 싶었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후임 우리은행장으로 확정되기까지 박 사장은 모든 대외채널을 차단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했는데 이는 평소모습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평소 박 사장은 소탈한 성격으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조폭경영' 등 독특한 발언을 즐겨했는데 이번 인사기간 동안은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 언론노출도 철저히 삼가했다. 은행장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얼마나 강했느냐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박 사장의 경우 LG카드에 대한 애정이 상당했는데 신한지주측에서 대표이사 연임을 제안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장 공개경쟁에 베팅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은행장에 대한 욕심이 컸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성취욕이 강한만큼 우리은행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박 사장의 행장선임이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후임회장과 코드를 맞추기 위한 인사가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박 사장의 경우 과거 '이헌재 사단'의 일원으로 불릴 정도로 관(官)과의 호흡이 좋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이는 서울보증보험과 LG카드 사장으로 선임될 당시에도 거론됐던 부분이다.
따라서 관(官) 출신인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차관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힘을 얻기 위해서는 박 사장 같은 인사가 은행장으로 있는 것이 적격이라는 지적이다.
<약력>△48년 충남 금산 출생 △대전고, 연세대 수학과 졸업 △ 75년 국제사화 장기업무부 △93년 삼성화재 기획 및 마케팅담당이사 △98년 삼성화재 마케팅담당 상무이사/강북본부장 △98년 서울보증보험사장 △ 2004 LG카드 대표이사
반준환기자 ab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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