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치러진 재보선 결과가 집권 열린우리당의 대참패로 나타남에 따라 열린우리당 내에서 향후 전개될 정계개편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계개편 논의를 다소 늦추자는 주장이 당 일각에서 제기됐다.
"정계개편 논란 자제해야 한다"
국회 교육위 소속의 열린우리당 의원 9명은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핵문제로 인해 나라가 불안정한 지금 책임공방이나 정계개편에 대한 정치적 논란은 일종의 자해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남은 정기국회 동안 다수당 의원으로서 국감과 예산안 심의 등에 최선을 다해 국민에 대한 정치적 도리를 다하겠다"며 정계개편 논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전날인 26일에는 당내 중진 및 무계파 의원 모임인 '소통과 화합의 광장'은 모임을 갖고 "지금 시기에서는 당의 단합과 결속이 중요하다"며 "정치적 논란을 자제하고 체계 있고 질서 있게 정계개편 논의를 하자"고 주장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문희상, 이미경, 배기선, 유인태, 김부겸, 김성곤, 원혜영, 오영식 의원들로, 이들은 국감 이후인 11월 초 다시 모임을 갖고 정계개편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논의하기로 했다.
처음처럼, "조기전대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당 내 일각의 '정계개편 논란 자제'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 내의 정계개편 방법론에 대한 주장들은 '백가쟁명'의 양상을 띄고 있다. 한 마디로, 우선 지난 10.25 재보선 참패로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당을 정비한 후 당 중심의 통합 논의를 하자는 주장과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헤쳐모여 식 신당'을 만들자는 주장이 상호 대립하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김근태 의장계, 친노그룹, 중도개혁 성향의 초선의원들이 '당 정비 후 당 중심의 통합' 논의 쪽에 서 있고, 실용주의 성향과, 호남 출신 의원들은 기득권 포기 후 '헤쳐모여 식 신당' 창당에 무게를 두고 있다.
먼저 당내 초선 의원 모임인 '처음처럼'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1월 정도로 앞당기자"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당대회까지 비상한 각오로 소임을 충실히 하고 오는 11월까지 정치일정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정치실천연대 역시 '처음처럼'의 입장과 유사한 주장을 내놨다. 김형주 참정연 대표는 27일 방송에서 "지금은 '처음처럼'이 제시한 방향이 맞다"고 밝혔다.
김근태 의장은 26일 비대위 회의에서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저희가 옳다고 국민을 가르치는 일은 다시 안하겠다"며 '평화번영세력의 세 결집'을 강조했다.
또 정동영 전 의장은 이날 "(재·보선후) 당 지도부를 흔들 상황이 아니고, 지금 정계개편을 얘기할 때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중도 성향·호남 출신 "모든 기득권 버리고 창조적 파괴해야"
'처음처럼'과 '참정연'이 기존의 열린우리당의 골격을 유지하자는 입장인데 반해, 중도성향으로 분류되는 당내 중진들이나 호남 출신 의원들은 '신당 창당' 쪽으로 기울어 있는 상태다.
중도 성향의 초선의원 모임인 '국민의 길'의 간사를 맡고 있는 전병헌 의원은 27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창당은 호박에 줄을 긋는 것이고 조기 전대는 호박껍질을 두껍게 하려는 것"이라며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호남 출신 중진 의원인 염동연 의원은 "재창당과 리모델링은 당을 먼저 정비하고 여당 중심의 통합을 하자는 것인데 그것은 아직도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지금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시작할 때이며 조기 전대를 한다면 대통합을 위해 당내 통합이냐 해산이냐를 마지막으로 결론내는 전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화갑 "민주당과 함께 가지 않으면 여당은 활로 없다"
한편 재보선 이후 한껏 분위기가 고무된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잇따라 방송에 출연해 "정계개편은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출발해야 하며 민주당 분당 이전의 상태로 가지 않으면 여당은 '노무현당'에 불과하다"며 "민주당과 함께 가지 않으면 열린우리당은 활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이어 "노 대통령이 탈당을 하든지, 비(非)친노그룹이 열린우리당을 뛰쳐나와 민주당과 합류를 해야 한다"며 '노 대통령 배제 후 신당 창당'을 거듭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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