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 영화상 4관왕을 차지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디파티드'는 '홍콩 느와르 영화의 부활'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던 '무간도'(2002)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이다.
홍콩의 세계적 스타인 량차오웨이(梁朝偉)와 류더화(劉德華)가 주연을 맡았던 '무간도'는 3편까지 시리즈를 만들어낼 정도로 인기를 모았던 작품.
명장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를 152분에 이르는 대작으로 탈바꿈시켰을 뿐 아니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잭 니컬슨, 맷 데이먼, 마틴 신, 마크 월버그, 알렉 볼드윈 등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영화에 대거 출연, 화제를 모았다.
느와르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스코세이지 감독은 '디파티드'를 통해 죽고 난 뒤에서야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던 인물에 대한 묵직한 고찰을 가슴에 뚜렷이 새겨질 미장센으로 그려내 원작인 '무간도'와는 전혀 다른 스코세이지만의 영화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2003년작인 '갱스 오브 뉴욕'에서 스코세이지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디캐프리오는 '디파티드'에서 갱단에 잠입한 경찰 빌리 코스티건 역을 맡아 모호한 정체성으로 버거워하는 남자의 고뇌를 인상 깊게 표현했다.
량차오웨이의 '무간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빌리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영화를 끌고 나가는 중심축이다.
고인(故人), 죽은 자라는 뜻의 'THE DEPARETD'라는 원제가 말해 주듯 죽어야만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던 인물에 대한 고찰이 묵직한 화면으로 흘러간다.
무대는 미국 보스턴. 암흑가의 보스인 코스텔로(잭 니컬슨 분)를 잡기 위해 주 경찰청의 특수 임무가 수행된다.
코스텔로 조직에 위장 잠입할 경찰로 빌리 코스티건(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이 선택된다. 빌리는 어머니를 비롯한 외가는 교양 있고 기품 있는 가문이었으나 삼촌을 비롯한 친가는 마약 거래, 폭력 등 뒷골목 인생이다.
비록 아버지는 애써 암흑가를 외면했지만 코스티건이란 성은 암흑가에 친숙하다. 태생부터 자아에 대한 혼돈이 시작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랐다.
콜린 셜리번(맷 데이먼)은 그 반대의 인물. 가난하고 불행했던 어린 시절 코스텔로에게 거둬진 콜린은 경찰학교에 입학해 뛰어난 성적으로 졸업한 후 특별수사반에 배치된다. 그의 진짜 임무는 경찰청 내의 정보를 코스텔로에게 전해주는 것.
코스텔로의 부하가 된 빌리와 경찰 간부가 된 콜린은 서로 첩자가 있다는 걸 눈치채면서부터 목숨을 건 정보전을 펼친다.
경찰 내에서 미래를 보장받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콜린에게 정신과 의사 마돌린(베라 파미가)은 더할 나위없는 약혼녀. 그러나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빌리가 마돌린에게 결코 털어놓지 못할 자신의 현재에 대해 정신적인 상처를 상담하면서 마돌린 역시 두 남자 사이에서 헷갈려 한다.
엇갈린 운명이면서 동시에 코스텔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하는 두 남자의 안타까운 삶이 뒤얽힌다.
영화 제작사 PLAN B엔터테인먼트 대표인 브래드 피트가 공동제작자로 참여했으며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 말 개봉해 전국에서 63만3천9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서울=연합뉴스) passi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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