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브로커 김홍수 씨로부터 술접대를 받고 필로폰 투약 혐의가 있는 긴급체포자를 석방한 부장판사들을 기소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장전담판사가 마약 혐의자 영장 기각"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2002년 5월 필로폰 투약 혐의로 긴급체포된 허 모씨와 양 모씨가 자신들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을 사전에 알고, 브로커 김씨를 동원해 영장전담 판사에게 로비를 벌였으며, 이후 양 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풀려났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 김씨는 허 모씨와 양 모씨로부터 사례비 명목으로 1,000만 원을 받았다고 노 의원은 밝혔다.
이날 노 의원이 공개한 브로커 김 씨의 판결문에는 "김홍수는 허00에게 '영장실질심사 담당 판사가 두 명인데 그 두 명 모두와 친하다. 구속영장을 기각시킬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후, 2002년 5월 4일 경 허00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영장담당 판사들하고 술을 마셨는데 술값으로 500만 원 정도를 사용했다'고 말하며 돈을 요구하고, 2002년 5월 5일 양00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양00이 석방되자 허00은 양00 측으로부터 1천만 원을 수수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노 의원은 "양 모씨는 마약전과가 상당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긴급체포 후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매우 이례적인 특혜를 받았다"고 지적하고 "김홍수와 영장담당 판사들이 500만 원짜리 술판을 벌인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또 "지난 8월 23일 검찰은 김홍수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부장판사 4명에 대해 법원에 비위 사실을 통보하는 선에서 사건을 종결지었다"면서, "그 4명 중 2명은 김홍수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황 모, 이 모 부장판사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은 당장 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뇌물죄로 기소하고, 실제 영장기각에 서명하지 않은 판사는 뇌물죄의 공범으로 기소해야 하며, 뇌물판사 2명을 재판업무에서 배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 의원은 최근 대법원이 30만 원을 받고 현행범을 풀어준 경찰관에 대한 해임은 정당하다고 판결한 것을 거론하며, "500만 원 어치 술접대를 받은 판사들이 긴급체포자를 석방시켜 준 것에 대해 검찰이 왜 기소하지 않느냐"며 추궁했다.
"에버랜드 수사 당시 지검장과 검찰총장이 방해"
이날 노 의원은 또 "삼성 에버랜드 수사 당시 이종백 서울지검장(현 서울고검장)과 김각영 당시 서울지검장 및 검찰총장이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에버랜드 수사 개시 이래 주임검사가 11차례나 바뀌고 부장검사가 9회나 교체되는 바람에 수사가 지연되고 부실수사로 얼룩지고 말았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노 의원은 "지난 2000년 6월 30일 처음 에버랜드 사건을 맡은 조정환 주임검사는 26일 만에 신용간 검사로 교체됐고, 그 또한 27일 만에 변찬우 검사로 교체됐다"고 밝히고, "이를 결정한 것은 모두 김각영 당시 서울지검장"이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이 때문에 에버랜드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지난 2003년 4월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부임한 이후에야 가능할 수 있었다"며 "현 이종백 서울고검장은 2004년 6월 서울지검장으로 부임한지 16일 만에 수사전담부서를 '특수2부'에서 '금융조사부'로 바꿔버렸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이 고검장은 인천지검장 시절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사돈인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범죄사실을 모두 밝히고도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린 전력이 있다"며, "이건희 회장이 검찰에 소환되기는커녕 검찰과 의논하고 비밀리에 외국으로 출국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강자에게는 한없이 약한 검찰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검찰을 맹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건희를 비롯한 핵심관계자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으니, 법원에서는 공모관계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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