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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전효숙 국감' 구태만 만발

주선회 헌재소장 직무대행 출석 놓고 법사위-헌재간 고성 오가기도

 북한의 핵실험 발표로 이틀 연기된 국정감사가 13일 시작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첫 피감기관인 헌법재판소 감사에서 법사위원들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용 여부를 둘러싸고 그간 국회 내에서 벌여왔던 해묵은 논란을 재현하는데 그쳤다.

 또 법사위는 주선회 헌재소장 직무대행의 국감 출석을 놓고 입법부와 사법부 간의 오랜 견제 의식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날 국정감사는 예정 시간인 10시를 30분 넘긴 상태에서 의원들이 하나둘 입장하는 등 구태를 재연했고, 헌법재판소의 재판과정이나 그릇된 관행을 지적하기보다는 의원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정견발표장을 방불케 했다.

 아울러 헌재 측 역시, 명확한 의사표시 대신 "당신도 옳고 당신도 옳다"는 식의 황희정승 식 답변으로 일관해 무성의한 피감태도를 보였다.

 주선회 헌재소장 직무대행 답변 거부

 이날 국감은 주선회 헌재소장 직무대행이 답변을 거부한 것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됐다. 통상적으로 피감기관의 수장이 나와 답변을 하는데 반해, 대법원과 헌재는 그간 '관례'라는 이유로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이 답변 대신 인사말로 갈음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이번 국감에서는 두 기관의 수장들을 출석시켜 현안에 대한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받기로 법사위는 지난 12일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헌재는 13일 이를 공식적으로 거부했고 대법원 역시 거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전효숙 후보자 임명동의안 지연에 따른 헌재소장의 공백사태에 대한 헌재의 공식적인 입장과 늦장 처리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위헌법률 심사에 대한 각종 질의를 준비했던 의원들은 주 직무대행의 불참과 답변 거부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동철 열린우리당 의원은 "법사위원들 간의 난상토론 끝에 제출안을 마련해서 헌재소장 직무대행이 특정사안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도록 공문 보냈다"면서 "이 공문의 수신자는 헌재소장 직무대행인데 나중에 법사위로 헌재에서 보내온 공문을 보니 최종결정권자가 사무처장으로 되어 있었다"며 "소장이 공문을 읽어보기나 했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서상홍 헌재 사무처장은 "어제 오후에 법사위 공문을 접했다"며 "(헌재소장 직무대행 출석과 답변은) 기본적으로 헌재의 독립성과 위신과 관련된 문제"라고 잘라 말하고,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하겠지만 관례에 없던 문제"라는 말로 소장의 출석을 간접적으로 거부했다.

 헌재 측이 다시 한 번 소장의 출석과 답변을 거부하자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헌재 국감에서 소장이 나와 답변해야 한다는 것은 국감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사무처장이 나와봤자 답변할 내용이 없다"며 소장의 출석을 재차 요구했다.

 소장의 출석 여부를 둘러싼 이날 오전의 법사위원들과 헌재 측의 줄다리기는 박세환 한나라당 의원의 의사진행발언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즉, 박 의원이 "헌재 사무처장은 재판에 관련된 일도 관여하는가"라고 질책하자, 서 사무처장이 "재판 사무는 그 자체로 국감 대상의 될 수 없다고 본다"고 큰 목소리로 맞받아친 것이다.

 이후 의원들과 서 사무처장 간에 큰 목소리가 오가자 조순형 민주당 의원은 "왜 언성을 높이냐"며 서 사무처장을 질책했고,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역시 "(서 사무처장은) 기본적인 국감 인식이 잘못됐다"고 조 의원의 발언을 거들었다.

 이들 의원의 발언에 이상민 열린우리당 의원도 "사법부에 계신 분이 기본적으로 착각했고, 갖고 계신 소신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헌재는 자폐증이 심한 상태"라며 "아주 오만 불손하다"고 비판했다.

 "전효숙 후보자 임명 논란에 대한 헌재의 입장은 뭔가"

 이후 안상수 법사위원장의 중재로 국감장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 보였지만, 대다수 법사위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7분의 질문과 답변 시간을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임명 논란에 할애해, 국감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박세환 한나라당 의원은 "전 후보자가 노 대통령의 임명 발표 하루 전인 지난 8월 중순께 청와대에서 단독 오찬을 가졌다"며 당시 언론보도를 상기하면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헌재 소장 후보로서 부적절한 사적인 만남을 했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역시 "노무현 대통령의 전효숙 후보자 임명동의안 요청은 후임 대통령의 재판관 임명권을 방해하는 것"아러고 성토하고, "한나라당으로서는 대통령이 이것을 강행처리할 경우, 헌법소원이나 직무정지가처분신청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 의원은 이어 "이런 것이 헌재 자체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초창기에는 헌재가 제대로 일했는데, 지나다보니까 헌재도 정치권력화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헌재를 자극했다. 최 의원은 "(헌재에) 미제 사건이 많은데 그런 업무는 잘 하지 못하고 코드 인사니 뭐니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금년 초에 세계은행에서 발표한 정책보고서를 보면 부패 1유형이 코드 인사인데 그게 헌재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여러분들이 대단히 분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순형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가 전 후보자의 사퇴를 놓고 대법원과 헌재에 유권해석을 의뢰 받아 결정했다는 여당과 언론의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헌재소장 공석 사태는 노 대통령이 특정 코드에 맞게 하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인데, 대통령의 이러한 잘못된 결정에 헌재가 동조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종걸 열린우리당 의원은 "전 후보자의 사퇴는 대법원에서 임명한 재판관이 임기 3년을 남은 시점에 소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제출했고 주변 헌재 재판관과 이 문제를 상의했다"고 강조하면서 "충분히 검토해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역시 윤영철 전 헌재소장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서 처리했을 때 민간인 신분이었던 점을 강조고, "헌재 재판관 인사청문 절차가 불필요하다"는 그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노 의원은 그 이유로 "헌재 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논리대로 해석할 경우 윤 전 소장은 명백히 헌법에 위반이 된다"는 주장을 폈다.

 이상경 열린우리당 의원은 "전 후보자 사태가 여야 정치권에서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헌재 소장의 임명과 잔여임기 논란에 대한 자체 연구용역 사업의 결과를 스스로 무시한데 있다"고 지적했다.

 주선회 "전효숙 임명동의안에 대해 헌재 입장 밝힐 수 없다"


 오전 국감이 맥 빠진 국감이었다면, 오후 국감은 한 마디로 '졸린' 국감이었다. 오전 내내 나름대로 의욕적인 질문을 던지던 법사위원들이 추가 질문에 나섰지만, 그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오후 질문자로 나선 법사위원들은 이번 국감의 이유를 잊은 듯, 작년 국감에서 이미 지적됐던 문제들을 재탕 삼탕하거나, 헌재의 헌법적 판단과는 동떨어진 전시작전권 환수등을 문제삼았다.

 결국 이날 헌재에 대한 법사위 국감은 주선회 헌재소장 직무대행이 인사말의 형식을 빈 답변을 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주 직무대행은 인사말에서 "오늘 국감에서 의원들께서 하신 질문은 모든 재판관들이 스피커를 통해 경청했다"고 밝히고, "헌재소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 직무대행은 "헌재로서는 대통령과 국회가 종합하여 판단해 주시면 그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겠으며, 헌재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 직무대행은 또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논란에 대한 헌재의 견해를 밝히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헌재는 구체적 사건이 접수되면 재판을 통해 법률적 견해를 밝힐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달라"고 주문했다.

 주성영 "타이머도 안보이고 헌재는 생수광고나 한다" 화풀이

 이날 헌재 국감은 대체로 '맥 빠진' 분위기였다. 정책이나 재판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할 국감이 정파 간의 정견 발표나, 의원 개인의 홍보성 발언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이날 국감에서는 또 국감의 본질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간접광고' 발언도 있었다.

이 발언의 주인공은 법사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다. 주 의원은 서 사무처장과의 질의 응답 도중 갑자기 서 사무처장에게 "타이머를 보라"고 주문했다.

통상적으로 국회 회의장에는 발언시간 엄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타이머를 배치한다. 이를 서 사무처장에게 보라고 한 것이다.

 주 의원은 "이게(타이머) 우리가 시간을 지키자고 왔는데, 헌재 관계자들만 잘 보이도록 해놨다"는 다소 엉뚱한 비판을 가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를 지켜본 참관인들은 "애초 시간을 어긴 것은 의원들인데 엉뚱한 사람에게 화풀이를 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주 의원의 '생뚱맞은'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타이머'에 이어 이번에는 의원들 자리 앞에 놓인 생수병을 문제 삼은 것이다. 주 의원은 생수병을 집어들고 "이게 삼다수인데, 이것은 명백한 간접광고"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다른 기관에서도 조심해야 할 것"이라는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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