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국정홍보처는 한미 FTA 관련하여 인터뷰를 하지도 않은 대학생의 실명을 공개, 거짓 인터뷰 논란에 휘말렸다. 방송과 종이신문, 인터넷신문 등 전 매체에서 이른바 인터뷰 조작 사건을 비판했고, 결국 국정홍보처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 파장에 비해 인터넷 상에서의 비판여론은 거세지 않았다. 인터넷뉴스의 92%를 장악하고 있는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관련 기사를 메인에 배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의 홍보 조작이라는 이토록 선정적이고도 클릭율이 높을 법한 뉴스를 포털에서는 왜 다루지 않았을까? 포털 측에서는 나름대로의 판단 기준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필자가 모니터하지 못한 시간에 기사가 올라왔을 수도 있다. 문제는 포털 측에 이러한 질문을 던졌을 때, 정확한 답변은 하지 않고, “우리는 네티즌이 원하는 바에 따라 뉴스를 배치할 뿐이다”라는 앵무새 전략으로만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털은 노무현 대통령의 개인 블로그를 기획하여 만들었다. 그뒤 노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를 주선했고, 각 사의 대표들은 대통령과의 오찬 감담회에도 참여했다. 이 모든 것은 청와대 홍보라인과의 긴밀한 협조 속에서 이루어졌다. 모든 매체가 크게 다루었던 국정홍보처 인터뷰 조작 사건의 누락은 이와 관계가 깊다는 의혹을 제기할 만하지 않은가?
포털 측은 “정권이나 정치권에서 편집에 대해 전화 한통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상한 일이다. 국정홍보처는 신문의 비판 내용에 대해서는 사사건건 반론을 쓰고, 중재를 신청하고, 소송을 거는 것을 주 업무로 삼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잘못된 기사가 그대로 포털에 전송되는데, 그 기사가 포털 어디에 배치되고 있는지 모니터도 하지 않는단 말인가? 그리고 그 왜곡된(?) 기사가 포털 메인에 배치되었을 때도, 소송은커녕 항의전화조차 하지 않는단 말인가? 포털에 블로그 만들고 대통령 끌어들이고 밥사고 할 것 다 하면서?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국정홍보처의 직무유기이다.
포털이 자사에 불리한 기사는 감추고, 특정 이슈를 키우고 있다는 점은 더 이상 논란의 여지도 없다. 지난 6월 민주당 이승희 의원이 포털을 포함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제출한 뒤, 국내 최대 포털 N사에서 검색되는 관련 기사는 무려 134건이다. 신문법 개정은 미디어계 최대의 이슈이다. 그런데 포털에서는 이 기사를 단 한 번도 메인에 배치한 바 없다. 한 토론회에서 포털 측 관계자는 “그날의 사회적 이슈가 기준이다 ”라는 애매한 답을 했다. 그럼 국정홍보처 인터뷰조작과, 포털의 언론권력은 그날의 사회적 기준에 따라 주요 뉴스가 아니라고 포털 스스로 판단했단 말인가? 앞으로 다시는 “우리는 신문유통업체일 뿐”이라는 말은 삼가기 바란다. 자신들에 불리한 뉴스는 찢어버리고 배달해주는 신문유통업체는 한국의 포털 말고는 없다.
포털 뉴스 편집과 배치의 공정성은 포털 운영진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포털 뉴스를 보는 독자와 시민단체, 그리고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라 결정된다. 고로 포털이 편집의 공정성을 입증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첫째, 베일에 가려져있는 포털 뉴스 편집진의 구조와 명단을 공개하라. 각 언론사들은 편집장, 발행인, 섹션팀장은 물론 모든 기자들의 실명을 공개하고 있다. 포털이 이를 공개하지 않는 한 포털의 편집논리는 포털 내부와 이들과 소통할 법한 권력자만이 알 수 있다.
둘째, 누구나 쉽게 포털의 뉴스편집을 모니터할 수 있도록 편집기록을 공개해야 한다. 신문과 방송은 수십년 전의 기사 하나 때문에 아직도 비판과 감시를 받는 일이 허다하다. 그런데 포털은 단 하루만 지나도, 어떤 기사가 어디에 배치되었는지 모니터요원이 캡처하지 않는 한 기록되지 않는다. 반면 포털 측은 모든 편집내역을 저장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자신들에 유리한 부분만 선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포털이 공정성을 자신한다면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가 정권 편향적 편집을 비판하며 요구한 최근 1년 간의 편집내역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셋째, 근본적으로 사이트의 80%는 사업으로 채우고, 20%만 뉴스에 할당하는 구조로는 뉴스와 사업의 유착을 막을 길이 없다. 포털이 지금처럼 편집 및 배치 권력을 누리겠다면, 여타의 언론사처럼 뉴스면 비율을 최소 50%까지 늘리는 것이 마땅하다.
포털은 최근 경쟁적으로 모니터위원회를 만들고 있다. 방송사로 치면 시청자위원회이고, 신문으로 치면 독자위원회이다. 신문유통업체라면서 모니터조직은 왜 필요한지 모르겠으나, 이로써 포털은 사실 상 언론조직은 다 갖춘 셈이다. 그럼 위의 세 가지 요구를 받아들이고, 정당히 신문법 상의 언론의 책임을 다할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