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에서 일한 뒤 통일부로 옮겨 가 남북통일의 기반을 닦고 싶습니다"
21일 최종합격자가 결정된 행정고시 기술직에 최연소로 합격한 김신정(金伸亭.2
1)씨는 지원분야가 화공직인데도 합격 소감을 묻자 뜻밖에도 `통일' 화두를 들고 나
왔다.
김씨는 공직을 희망한 이유에 대해 "국민이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봉
사하고 싶어서.."라며 `틀에 박힌' 대답을 내놓았으나 이내 자신의 공직입문을 남북
통일과 연관지어 조목조목 설명해 관심을 끌었다.
서울 덕원여고를 나와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산업 전
반에 관심이 많지만 특히 대학 전공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산업자원부의 `에너지
자원정책본부'에서 일하고 싶다"면서 "에너지는 그야말로 전세계의 가장 중요한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누구나 통일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다루지만 산업.경제적인
측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통일이 이뤄지기 어렵다"면서 "산자부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통일부로 옮겨가 산업.경제적 측면에서 통일의 기반을 닦는 일을 하고 싶
다"고 강조했다.
김씨와 마찬가지로 행정.공안직 최연소 합격자인 유예림(兪藝林.20)씨도 산자부
근무를 희망했다.
민족사관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유씨는 "중국어 등
외국어 공부를 꾸준히 해온 만큼 산자부에서 대외경제협력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힌 뒤 "재경직을 지원했던 만큼 재정경제부도 괜찮다"고 웃음지었다.
유씨 역시 공무원을 지망한 이유로 "국가에 봉사하기 위해.."라고 말했지만 "세
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경제를 국민의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직업이 공무원
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생각을 내놓았다.
이번 행정고시 수석합격자인 황지혜(黃智惠.26)씨는 일선 고등학교에서 임시교
사를 하다 느낀 경험을 교육행정에 반영하기 위해 행시를 선택한 경우.
석관고등학교와 서울사대 생물교육과를 나와 선덕고등학교에서 과학강사를 맡고
있는 황씨는 "학벌위주의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행정직을 지망했
다"면서 "이를 위해 교육부 학교정책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아버지가 경찰공무원인 황씨는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지 어렸을 때부터 공무원
이 박봉에 고생은 되지만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행시 합격자 중에는 올해 사법고시에도 합격한 여성이 있어 주위의 관심을
모았다. 법무행정직으로 합격한 윤정은(26)씨가 주인공으로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중에 행정고시에도 법무행정직이 있어 유관분야에 동시에 지원했을 뿐"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서울 양천여고와 서울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윤씨는 "일단 내년부터 시작되
는 사법연수원을 마친 뒤 법조인의 길을 선택할지 아니면 행정공무원의 길을 갈지
찬찬히 결정할 생각"이라며 "어느 경우든 법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
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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