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복심'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새삼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열린우리당 내에서 정계개편을 둘러싸고 '통합신당론'과 '당사수 재창당론'이 격돌하고 있는데 이어, '노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중심이 되는 영호남 화합 신당 창당'까지 등장해, 어떤 방식으로든 열린우리당의 발전적 해체와 신당 창당이 기정사실화 하면서, 창당의 주역 중 한 명이자 '기간당원제의 전도사'로 불리는 유 장관이 당으로 복귀하느냐의 여부에 점차 당 내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통합신당 기정사실화할 경우 정치를 끝내겠다"
그러나 정작 유 장관 본인은 자신의 당내 복귀 문제에 대해 "통합신당이 기정사실화되면 정치를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8일 <경향신문>과 9일 <오마이뉴스>는 유 장관 측근의 말을 인용, 유 장관이 "지금의 통합신당론이 대세가 되고 당이 없어진다면 여기서 (정치를) 끝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잇따라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또한 유 의원은 "지역주의 신당에 가서 다시 국회의원을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돌아갈 당이 있으면 모르지만 '도로 민주당 식' 당으로 돌아간다는 건 완전한 자기부정이고 자기학대"라며, "국민을 무슨 낯으로 보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결국 한 명의 열린우리당 의원이기도 한 유 장관이 당내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민주당 및 고건 신당 등과의 통합신당'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열린우리당 해체 이후 탄생할 신당의 국회의원 노릇을 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개혁당 출신 의원들의 연쇄 반응이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현재 열린우리당 내의 개혁당 출신 의원은 유 장관과 김원웅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을 비롯해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 소속 의원들이 있다. 이 중 김 의원은 아직껏 정계개편에 대한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며, 참정연은 지난 2일 의원단 연석회의 결정문에서 "당 비대위는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 당의 진로에 대한 논의를 질서 있게 수렴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따라서 유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본인의 진심 여부를 떠나 기간당원제 사수를 외치고 있는 진성당원들과 개혁당 출신 인사들에게 다소 '맥이 빠지는' 발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진성당원들과 개혁당 출신 당내 인사들은 그동안 유 장관의 당 복귀를 강력히 희망했었기 때문이다.
"오픈 프라이머리에도 나갈 생각 없다"
그 동안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이른바 '유시민 역할론'에 대한 이런저런 설들이 난무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설로 꼽히던 것이 바로, 장관 재임 1년을 전후한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유 장관이 당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또 유 장관이 돌아올 경우, 당내 반노 및 비노 등 개혁에 부정적인 인사들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는 '살생부'가 동반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이는 유 장관이 '왕의 남자'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노 대통령의 마음을 제대로 읽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친노그룹은 유 장관이 당으로 복귀할 경우, '열린우리당 중심의 재창당론'에 상당한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8일과 9일 언론에 잇따라 보도된 유 장관의 발언은 그간의 기대와 전망을 일거에 뒤엎는 것이다.
9일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유 장관은 "당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고, 당에 들어와서 싸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 (복지부) 일이 재미있고, 노 대통령과도 만나 임기를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는 게 유 장관이 밝힌 표면적인 이유다.
유 장관은 또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완전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에 나갈 뜻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는 또 정계개편에 대해서도 "나는 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측근은 "과거 입각 때 당에서 받은 공격에 부담을 느끼는 게 아닌가"하고 풀이했다.
또 유 장관의 핵심 측근은 <경향신문>과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대해 "어떤 전제도 없이 한 말일 것"이라고 평가하고, "유 장관의 말은 사실 그대로일 뿐"이라고 뒷받침했다.
이 측근은 이어 "언론에 보도된 유 장관의 발언은 통합신당 논의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은 아니며, 단지 유 장관이 현재의 심경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당 복귀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할 수도"
잘 알려져 있다시피 유 장관은 지난 2003년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과 함께 창당의 최고 공신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유 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구개혁당과 참정연 출신의 한 인사는 "최근 정계개편 논의 속에서 창당 주역인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의장이 잇따라 '열린우리당 실패'와 '신당 창당'을 선언한 것에 대한 일종의 배신감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유 장관의 발언을 분석했다.
즉, 유 장관의 당 복귀는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친노그룹 전체의 요청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게 이 측근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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