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에 소재한 에코그라드 호텔 사태가 예사롭지 않다.
건축 당시부터 자금부족 사태로 순천 골칫거리로 전락한 이 호텔은 최근 경매에서 낙찰되면서 사태가 수습되나 싶더니 공사채권단이 유치권을 주장하며 호텔 진출입 통로를 전면 봉쇄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낙찰 받은 회사도 알고보니 자본금 1천만원짜리 회사로 낙찰대금 대부분을 ‘유암코(UAMCO)’라는 회사에서 차입한 것으로 드러나 호텔정상화를 기대한 순천시민과 호텔 관계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무려 135억원이라는 공사대금을 못받아 소송중인 공사채권단이 호텔내에 엄연히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무시하고 자기 돈은 전무하다시피한 회사가 은행돈을 빌려 호텔 인수를 시도한 ‘무리수’가 결국 화근이 된 것이다.
문제는 164억원 선에서 살 수 있는 호텔을 무려 80억이나 더 높은 금액에 인수하게 된 배경에 '유암코'(UAMCO), 정확한 명칭으론 ‘연합자산전문회사’ 라는 구조조정전문 회사의 ‘회유(懷柔)’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9년 10월 농협중앙회, 신한은행,하나은행,국민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이 총 1조원을 출자하고 5천만원의 대출금을 조달해 1조5천억원의 자본금으로 이뤄진 상법상 회사다.
회사의 주된 업무는 부실채권을 사서 이를 다시 되팔거나, 주식으로 전환하는 등 기업 구조조정에 관여해 수익을 창출한다.
공사채권단 측 주장에 따르면, 이번 호텔 건도 산업은행이 호텔에 빌려준 245억원의 1순위 부실채권을 이 회사가 190여억원에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구조조정 회사가 부실채권 회수를 위해 나름 자기들 ‘입맞에 맞는 경영주’를 물색하는 것은 당연하다.
‘입맞에 맞는 경영주’의 요건 이란 다름아닌 이번 호텔 건의 경우, 경영능력에 필수적인 자기자금 조달 능력을 최우선시해 인수자로 선정하는 것이 핵심 심사사항이었다.
부실화 된 호텔을 되살리기 위해선 나름 자기자본(自己資本)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물론 그런 ‘입맞에 맞는 경영주’ 를 찾는 게 그리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런 노력을 통해 제대로 된 경영주를 찾았어야 했다.
그것도 아니면 서울의 유명호텔이 이 호텔을 인수하도록 하거나 다른 관광레저 기업이 인수하도록 하는 노력이라도 해야 했다.
이 마저도 안되면, 경매시장 논리대로 그냥 최저가 입찰이 진행되도록 놔두었어야 한다.
그냥 놔두었으면 164억, 그 금액에도 주인이 없으면 그 다음 최저가인 120억원대, 그것도 안되면 100억원 이하에서라도 정상 낙찰될 것 아닌가?
하지만 이들은 이런 노력과 최저가 경매시장 논리는 외면한 채 가장 손쉬운 방법만을 선택했다.
호텔경매에서 인수자가 없어 유찰이 계속되고 급기야 1순위 근저당권 이하로 최저가 낙찰이 이뤄질 것이 우려돼, 자신들의 채권보전만을 위해 능력없는 업체를 회유해 최저가보다 무려 80억원을 더높게 써내 호텔을 인수케 하는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공사채권단 관계자에 따르면, 유암코는 당초 낙찰자인 동원산업 뿐만 아니라 공사채권단 측에게도 245억의 돈을 빌려 줄테니 호텔 인수에 나서라며 회유를 했다고 한다.하지만 이들 채권단은 호텔경영 능력이 없어 그런 제안을 거부했다.
자금여력이 그다지 없는 동원산업 역시 유람코 측의 이런 회유가 없었다면 굳이 최저가 금액에 무려 80억원을 상회한 245억원이나 되는 높은 금액에 이 호텔을 사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그런 이유로 선의의 나머지 채권자들은 지금 모든 생계수단을 포기 한 채 호텔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생존권 투쟁에 나서고 있다.
순천 에코그라드 호텔 내부는 지금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건물해체와 폭파를 염두에 둔 공사 채권단, 자살까지 염두에 둔 채권단, 임차사업자들의 반발과 항거, 사수대들의 기름통, 깨어진 대형 유리창, 소화기가 여기저기 난무하고 있고, 여기에 외부용병들까지 끼어들어 그야말로 호텔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돼가고 있다.
심지어 筆者에게 “조만간 건물을 해체하거나 폭파시키고 자살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이 모든 사태에 원인제공 책임이 있는 ‘유암코’는 뒷짐만 져선 안된다.
채권보전만을 염두에 둔 슈퍼甲 유암코의 잘못된 선택과 판단에 의해 중소 기업인들과 지역의 영세 상인들이 죽어나가는 사태가 순천에서 일어나선 안된다.
청와대를 비롯한 금융감독위원회 등 관계당국, 순천시도 만약의 불상사로 인한 피해예방책에 촉각을 세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 사태를 미연에 막지 못한 ‘유암코’ 경영진에 대한 법적 책임추궁은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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