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상반기 4월에는 총선, 하반기 12월은 대선을 비롯하여 서울교육감, 경남도지사 보선 등이 함께 치러지는 그야말로 총선 없는 전쟁의 연속이었다.여야를 막론하고 각 선거 진영들은 불철주야를 막론하고 필승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단 하루를 위해 모든 것을 동원해야만했다.
물론 선거에서 승리한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승리자는 새롭게 국정을 시작해야하겠지만 정권교체를 갈망하던 패배자는 승리자를 향한 끊임없는 비판과 견제라는 맹공을 퍼부을 것이다. 협력과 대립을 위한 적(?)과의 동침은 필연적인 것이다.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민투표 무산을 계기로 중도사퇴를 하면서 치뤄졌던 서울시장 재보선은 그야말로 올해의 선거에 있어서 새누리당의 필패를 예측케하는 주요 분수령이었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조야(朝野)의 중론은 새누리당의 필패였다.
하지만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말부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당정을 이끌며 총선을 지휘하였다. 그 결과 새누리당은 국회 다수석을 차지하는 반전의 쾌승을 거두었다. 이어 대선에 있어서도 야권의 단일화 바람이 일며 거센 도전을 해왔던 문재인 대통령 후보(민주통합당)와 안철수 대통령 후보(무소속)가 단일화를 이루며 박근혜 당선인을 향해 칼날을 겨누면서 싸움은 실로 거듭된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번 대선은 각종 네거티브가 난무하는 가운데서 그야말로 지리멸렬한 진흙탕 개싸움의 면모가 확실히 드러났다. 본래부터 새누리당은 네거티브의 공세에 맥없고, 온라인 전선의 전략과 전술이 매우 부족하다는 취약점이 있었다. 반면에 민주통합당은 이 부분에 있어서 강세를 자랑할 만큼 역량에 있어서 우위였다.
박근혜 당선인의 승리를 이끈 요인에는 많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대통합과 탕평을 기치로 한 전략은 유효했고, 현 판세를 반영한 전술의 운용은 이례적이거나 파격적이었다. 그 중에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박근혜 당선인을 승리하게 만든 참모들의 공로가 지대했다. 이번 선거를 위해 어느 누구하나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 만큼 공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번 대선은 재밌게도 정당의 정규군이 총동원되었던 백병전(白兵戰) 그 이상의 전쟁이었다. 따라서 승리의 공로자들은 단순히 진영 내부의 인물로만 국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정당 진영에 속하지 않는 순수 민간 의용군(義勇軍)들의 활약이 오히려 정당으로 하여금 밴드웨건효과(band wagon effect)를 누리게 만들었다. 많은 의용군들이 있었지만 새누리당이 취약했던 온라인 전선(戰線)에서의 큰 활약을 꼽으라면 다음과 같다.
① 일베저장소 회원들
속칭 ‘일베’라 불리는 이곳은 대표적인 애국우파 진영 온라인 커뮤니티이다. 평소 동시접속자가 2만 내외 정도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사실 검증을 기반으로 한 저격, 그리고 적군의 네거티브에 대한 역대응에 있어서 그 활약은 상상을 초월했다. 오히려 새누리당이 해야 할 일임에도 일베 회원들은 순수한 봉사정신으로 새누리당에게 집중 화력을 지원할 정도였다. 가히 황건적의 동란으로 어지러워진 천하를 구하겠다고 일어선 유비·관우·장비 의형제에 비교할만했다. 애국이라는 일념 하에 결집된 그들의 화력은 단순 보기병(步騎兵)으로 구성된 새누리당에게 실로 원격 공세의 취약점을 대응케 할 궁노병(弓弩兵)의 존재였던 것이다.
②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이하 ‘인미협’, 회장 변희재) :
보수 혹은 우파 성향을 띠고 있는 인터넷 언론사들이 회원사로 구성된 인미협은 두 가지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냄으로써 박근혜 당선인의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첫째로, 대표적인 우파논객 중 하나인 변희재 대표(주간미디어워치)의 계획 하에 주도된 사망유희이다. 사망유희는 대선후보간의 토론회 이외에도 후보들간에 엮여있는 각종 이슈를 점화시켜 국민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제공하기 위한 토론회였다.
여기서 변희재 대표는 대표적 진보논객 중 하나인 진중권 교수(동양대)과의 논전을 통해서 ‘NLL 이슈’를 크게 공론화시켜 안보와 국방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키며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어 황장수 소장(미래경영연구소)도 가세하여 진중권 교수와의 논전을 통해 대선후보 검증, 특히 안철수 후보의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여 이슈를 만들었다. 당초부터 안철수 후보를 저격수임을 자처하던 황장수 소장의 활약은 이 일을 계기로 소기목적을 거두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둘째로, 일베를 비롯한 우파 커뮤니티의를 예의주시하며 그들의 순수자발적인 화력이 꺼지지 않게끔 언론 보도를 했다는데 있다. 빅뉴스, 뉴데일리 등 인미협 회원사 등은 온라인에서 전방위적인 언론전을 펼치며 우파 커뮤니티와 연계와 지원의 적절한 묘수를 활용했다. 일각에서는 “변희재도 일베충(일베 회원을 조소하기 위해 쓰이는 인터넷 용어)이다.”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일베의 활약에 대한 변희재의 조력은 그야말로 그림자였다.
인미협의 이러한 두 가지의 활약은 청년 우파·보수층은 물론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인터넷 사용량이 급속도로 증가한 50대 이상 연령층에게 안보 위기감을 불어넣어 결집의 극대화를 이뤄냈다는 것이 이번 선거전에 있어서 유효하게 작용했다고 평가될 수 있다.
③ 남성연대
성재기 대표가 이끄는 남성연대는 진정한 남녀평등을 지향하며 무너진 남성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시민단체이다.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SNS상에서 고군분투하던 성재기 대표는 일베 회원들의 의해 온라인 화력의 결집이 이뤄져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성재기 대표 스스로도 아청법 개정을 위해 국회 토론회 등 각종 방송과 언론에서의 활약으로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남성연대의 기치는 특정 이념과 진영의 논리에 지배되지 않고 모두를 넘나드는 시민단체였기에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단체들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선언한데에 대해 깊은 고심을 했던 성재기 대표는 극렬 여성단체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국가 안보를 위해서 결단을 내렸다. 박근혜 당선인을 향한 그의 지지선언으로 인해 젊은층의 표심은 묘하게 돌아갔다. 게다가 변희재 대표와의 온라인 연합전선으로 우파청년층의 결집은 물론 여성부와 극렬 여성단체들에 큰 실망을 갖고 있던 스윙보터(swing voter)들의 표심을 이끄는 시너지 효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성재기 대표의 활약은 박근혜 당선인을 위한 온라인 전선에서 큰 일조를 했다고 평가될 수 있다.
④ 강태호의 4차원 라디오
전 KBS 공채 MC 출신인 강태호 MC는 KBS를 퇴사한 후 이벤트 사회 및 진행&영어교육 분야의 프리랜서로 활약하고 있다. 강태호 MC는 올해 상반기 총선을 겨냥하여 ‘강태호의 4차원 라디오’라는 팟캐스트(podcast) 방송을 만들어 지금까지 꾸준히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변희재 대표의 고정 출연 이전까지는 단순한 정치인 인터뷰가 방송이 주요 내용이었으나 그 이후부터는 여야의 이슈에 대한 분석과 정리를 해주는 정치 방송으로 탈바꿈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강태호 MC는 일주일에 한 번씩 좌담 방송을 하면서도 그의 특기를 살려 발로 뛰는 현장 인터뷰를 통해 변희재 대표, 진중권 교수, 성재기 대표 등의 재야 인물들의 유명세를 전파하는데 크게 기여를 했다. 특히, 사망유희를 기점으로 유투브 동영상 백만 이상의 조회수를 넘긴 그의 방송은 우파진영을 대표하는 팟캐스트 방송으로 급부상하며 새누리당의 취약한 온라인 미디어 전선에 든든한 아군 역할을 했다.
또한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도 나름 선전을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선과 달리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보수 진영의 문용린 교육감 당선인과 진보 진영의 이수호 후보의 대결구도로 자리 잡히고 있던 상황이었다. 여기서 강태호 MC는 문용린 당선인을 인터뷰한 방송을 통해 문용린 당선인의 ‘전교조 타파’라는 슬로건을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전파될 수 있는데 촉매제가 되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선출직 선거와는 상관이 없기 때문에 기호 배정도 정당 기호와 상관이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기호 2번이었던 문용린 당선인은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민주통합당 후보로 오인되고 있던 상황에서 강태호 MC의 방송은 문용린 후보와 그의 기호를 알리는데 적잖은 일조를 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수많은 민간 의용군의 활약이 지대한 공헌을 끼쳤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미디어를 포함한 광활한 온라인 전선에서 효과적인 작전을 보여주었던 숨은 공로자들을 꼽는다면 대표적으로 이들을 감히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활약이 없었다면 박근혜 당선인은 물론 새누리당 조직은 민주통합당과 그의 외곽조직들이 쏟아 부었던 온갖 네거티브 공세에서 지금껏 치열했던 박빙의 승부에서 승리를 장담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어떠한 보상을 바라던 것이 아니라 애국을 위한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한 이들 민간 의용군들의 자발적인 활약이 있었기에 이번 승리는 더욱 값지고 보람찬 것이 아니겠는가? 이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계속 좋은 활약을 펼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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