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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비정형 광우병

눈초의‘새로운 광우병 이야기’(24)

지난 5월8일 신문 청년의사의 인터넷 팟캐스트‘나는 의사다’에 게스트로 초대받았다.‘나는 꼼수다’가 인기를 끌면서 만들어진, 같은 형식으로 보건의료분야 이슈를 다루는 팟캐스트인데,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최근 미국에서 4번째로 발견된 광우병 소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어 이 문제를 논해보자는 것이었다.

광우병을 처음 다루는 만큼 상당시간을 할애해서 광우병을 포함한 프리온질환 전반에 대해 설명하고 미국 광우병 소와 관련된 쟁점을 토론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는 모두 4마리인데, 첫 번째는 캐나다에서 송아지로 수입됐던 소였고, 그다음으로 2004년, 2006년 그리고 금년 발견된 3마리는 모두 비정형 광우병으로 확인됐다.

영국에서 시작돼 유럽에 확산, 유럽지역 밖으로는 이스라엘, 일본 그리고 캐나다 등 3개 국가로 확산된 정형 광우병이 오염된 사료에 의해 전염되는 것과 달리, 비정형 광우병은 아직까지 발병원인이 제대로 밝혀져 있지 않고, 다른 소를 전염시켰다는 증거 역시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인된 비정형 광우병 소는 모두 65건이고,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심층연구를 할 수 없는 까닭일 것이다.

정형 광우병이 주로 4~6세 젖소에서 많이 발견되는 것과 달리, 비정형 광우병은 8~18세의 나이 먹은 소에서 발견된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 다른 소까지 감염시키지 않기에 사람에 생기는 산발형CJD에 해당한다고 이해하면 쉽겠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발생한 비정형 광우병이 사료를 통해 전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는데, 만약 이 소가 오염된 사료를 통해서 전염된 것이라 한다면 당연히 비정형 광우병의 정의를 새롭게 해야 할 것이며, 비정형 광우병의 관리체계를 세워야 할 것이다. 비유한다면 산발형CJD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감시해야한다는 얘기가 된다.

비정형 광우병, 특히 이번에 미국서 발생한 L형 비정형 광우병의 경우 필리핀 원숭이의 뇌에 접종해 실험해보니 광우병 소나 인간 광우병환자 뇌 조직을 접종했을 때보다 생존기간이 짧고 임상증상 등을 고려했을 때 고도의 병원성을 가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결과가 있다.

이 실험결과를 인용해 비정형 광우병이 더욱 위험한 존재라고 경고하는 전문가(?)도 있다. 하지만 특별한 조건 아래 진행된 실험결과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자연상태에서 비정형 광우병이 어떤 양상으로 전파가 일어나느냐가 중요하다. 아직까지 자연상태에서는 다른 소나 동물을 감염시킨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발생상황을 잘 감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한발 더 나아가, 2008년 정부가 국민들에 약속한대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으니 수입을 중단하라는 요구도 있다. 물론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이 오염된 사료를 통해 전파되는 형태 광우병으로 소비자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그러한 조처를 내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비정형 광우병이 공중보건학적으로 대중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수입을 중단하는 조처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필자의 이런 설명에 자리를 같이 한 패널 가운데 사전예방 원칙을 적용해 위해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는 질문이 있었다.‘사전예방의 원칙’은 환경 분야에서 나온 개념이다. 환경개발을 둘러싸고 예상되는 위험이 안고 있을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이다. 즉 사전예방의 원칙은 규제자가 회복시킬 수 없는 심각한 환경적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 그러한 위험에 관한 과학적 정보가 확실하지 않더라도 사전예방의 규제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원칙이다.[1]

사전예방의 원칙은 적용대상이 되는 리스크의 정도와 비용연관성, 입증책임 등 다양한 요소들을 검토해 적용해야한다. 하지만 인과관계, 중대성, 개연성 그리고 위해의 본질에 관해 상당한 과학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적용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어느 정도의 과학적 분석이 전제된다. 즉 막연하거나 심리적인 불안을 바탕으로 한 불확실성에까지 확대해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하겠다.

2008년 국회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관련 청문회 자리에서 모 의원은 미국에서 수입되는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제로 수준에서 관리해야 하고, 한 사람의 국민이라도 건강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제로 수준의 위험관리라는 것인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영국서 처음 시작된 광우병이 유럽대륙으로 확산됐을 때, EU는 도축장에서 도축되는 소들 가운데 30개월 이상 된 소에게만 의무적으로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도록 정했다. 물론 30개월 미만에서도 광우병이 발생한 사례가 있지만 그 숫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일본의 경우처럼 도축되는 모든 소에 광우병 검사를 하도록 했다면 엄청난 비용이 고스란히 쇠고기 값에 얹혀 졌을 것이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EU 역내 국가에서 건강한 소에 광우병 검사를 하는데 16억 유로가 소요됐고, 이를 광우병 소 한 마리를 발견하는데 드는 비용으로 환산해보면 160만 유로(최근 환율을 적용하면 23억5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2] 같은 기간 EU 역내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는 6643마리다. 이를 2009년부터 2012년 기간에 적용해보자.

2012년에 2011년 수준인 29마리가 발생한다고 가정하면(사실 최근 광우병 발생 추세를 보면 전년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2009~2012년 사이에는 169마리가 발견될 것으로 추정, 예상되는 광우병 소는 2001년부터 2004년 사이의 39.3분의 1수준이다. 따라서 동 기간 발견된 광우병 소 한 마리가 식탁에 오르지 않도록 하는데 드는 기회비용은 924억 원이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유럽에서 광우병 소는 황금소가 되는 것이다. EU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2009년 1월1일부터 30개월령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하던 기준을 48개월령 이상으로 상향조정했다.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2012년 5월2일 프레스센터에서 진보신문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광우병감시 전문가 자문회의 긴급 토론회에서“정부는‘광우병 걸린 소라도 뇌와 척수 등 특정위험물질(SRM)만 제거하면 살코기가 안전하다’고 했다. 이것이야말로 괴담”이라고 주장했다.[3]

아마도 광우병에 민감한 형질전환마우스를 이용한 감염실험 결과를 인용한 듯하다.[4] 앞서도 짚었지만, 실험실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행한 실험결과를 자연상태에 적용할 때는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무시한 것 같다. 우희종 교수 주장대로라면 SRM의 정의 역시 바꿔야하지 않겠나?

영국정부가 2000년 발간한 광우병백서는 그야말로 우희종 교수가 좋아하는 이 분야의 교과서라고 할 것이다. 그 광우병백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광우병 소의 부위별 위험도를 보면 쇠고기에 해당하는 근육은 검출한계 미만으로 수준 IV에 해당한다. 그리고 세계동물보건기구(OIE, 국제수역사무국)의 앙고 차장 역시 광우병에 걸린 소라 하더라도 고기를 먹어서 인간광우병에 걸렸다는 사례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필자는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에 관해 지금까지 밝혀낸 과학적 사실들을 신뢰하며 광우병에 걸린 소로부터 얻은 쇠고기를 먹을 용의도 기꺼이 있다. 필자는 사실 우리네 식당에서 아직도 내놓고 있는 척수(수준 I의 SRM)를 더 걱정한다. 비정형 광우병의 발생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는 지구 어디에도 없으며, 또한 우리나라가 아직 광우병통제국의 지위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혀두고자 한다.



주:

[1] 김은주. 리스크 규제에 있어 사전예방의 원칙이 가지는 법적 의미. 행정법연구 제20호, 67-89, 2008

[2] Enserink M. After the crisis: More questions about prions. Science 310:1756-1758, 2005

[3] 오마이뉴스 2012년 5월 2일자 기사. “비정형광우병은 안전? 정부 거짓말하고 있다.”

[4] Buschmann A & Groschup MH. Highly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Sensitive Transgenic Mice Confirm the Essential Restriction of Infectivity to the Nervous System in Clinically Diseased Cattle. J Infect Dis 192:934-94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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