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규 전 문화관광체육부 차관은 7일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의 ‘좌클릭’ 정책 등 이른바 ‘탈 MB’ 움직임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공과, 십자가를 모두 짊어지겠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오는 4·11 총선에서 서울 양천갑에 도전장을 내민 박 전 차관은 이날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일부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양천구민들의 수준에 맞는 제대로 된 보수의 길을 걷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현재 양천갑은 원희룡 전 최고위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공석이 된 자리로 이재오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김해진 전 특임장관실 차관과 비례대표 정옥임 의원 등이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새누리당의 당명 개정과 관련해 “MB 정부와 줄 긋기, 선 긋기를 해서 내 청와대 경력이 지워지지 않는 것처럼 당명을 바꾼다고 집권여당의 공과도 없어지지 않는다”면서 “경력 지우고, 거리두고 그런 부도덕한 마음으로 국민들 앞에 선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민 기만”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새누리)당도 4년이라는 기간을 겸허하게 성찰해야 한다”면서 “당청관계의 문제점,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아쉬운 측면, 여당으로서 그렇게 많은 의석 갖고도 정책면에서 왜 정부 이끌어가지 못했는가 등에 대해 정말 무겁게 성찰하고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신이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청와대 언론비서관과 대변인, 문화부 차관 등 거쳤던 경력 면으로만 보면 혜택을 받은 것은 맞다”면서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했고, 나는 철저히 내 능력을 가지고 평가를 받았다”고 일축했다.
박 전 차관은 “모든 사람들이 내가 대선캠프 출신이나 이른바 ‘청와대 1기’로 알고 있는데 나는 촛불 파동이후, 아무 연고도 없이 방송전문가로 영입된 ‘청와대 2기’였다”면서 “영남·부자 내각이 아니라 나는 호남(전북 익산) 출신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라고 강조했다.
또 민주통합당의 ‘MB 심판론’ 등 총선 구도에 대한 질문에는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모두 좌클릭을 해서 정책 차이는 이젠 거의 없다”면서 “철저히 인물론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양천갑 전략공천설’에 대해서는 “양천갑은 문화 욕구나 의식수준이 높은 지역구”라며 “과거 식으로 전략공천을 하면 무조건 역반응이 오기 때문에 치열한 경선을 치러서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오는 4월 총선에서 전통적인 강세지역인 서울 송파병을 제외한 강남 갑·을, 서초 갑·을, 송파 갑·을, 양천갑, 경기 분당 갑·을 등 총 9곳에 비례대표 의원의 공천을 원천 배제키로 결정했다.
한편, 박 전 차관은 이날 현 정부의 과실에 대해서도 본인 나름대로의 구체적인 평가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잘못한 것은 본질적인 인사 문제 자체가 아닌 (발탁 후) 사후 관리였다”면서 “100점 짜리 인사는 없다. 언론에서 보는 것과 달리 참여정부 총리를 지낸 한덕수 주미대사, 이참 관광공사 사장 등 오히려 인사는 잘 된 인사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가 잘한 것으로는 한미 FTA 문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 국가 위상을 높힌 점을 꼽았다.
김봉철 기자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