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선 비준 후 재협상’ 제안을 오히려 대통령이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의 문제점을 자인했다고 해석하는 등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상 후 비준을 하고 ISD를 폐기해야 하며, 급하게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기본적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아직 비준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ISD 문제점을 양국이 인정했다면, 국회 비준 전에 재협상을 통해 ISD를 폐기하고 문제의 근원을 없애는 게 순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이 오죽 급했으면 일방적으로 (국회를) 찾았겠나”며 “한미 FTA 비준 전 ISD 조항을 먼저 폐기해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라는 손 대표의 의견과 같다”고 손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특히 정 최고위원은 ISD 조항을 ‘독만두’에 비유, “독 중에서도 치명상을 입히는 독이 ISD인데, 독이 든 줄 알면서 그 만두를 먹으면 되겠느냐”며 “독만두를 먹고 3개월 뒤에 위세척을 하면 괜찮다는 게 이 대통령의 얘기인데, 독이 든 줄 알면 독을 빼고 먹어야지 어떻게 독만두를 먹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이 대통령의 제안은 미흡하고 실망스럽다”며 “비록 (재협상 시점이) 한미 FTA 발효 후 3개월 이내지만 어쨌든 대통령이 ISD 조항의 문제점을 인정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오늘 “손자병법에 ‘진불구명 퇴불피죄(進不求名 退不避罪·장수가 나가서 싸우는 것도 이름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물러서는 것도 죄를 피하기 위한 게 아니라는 뜻)’라는 구절이 나온다”며 “어떤 선택이 진정 나라와 당을 위해 최선인가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묻고 총의에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조배숙·박주선·이인영 최고위원 등 다른 지도부 역시 이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들을 이어갔다.
당 지도부가 강경 모드로 돌아섬에 따라 현재 열리고 있는 의총에서는 당내 절충파와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총 진행 방식은 당내 절충파가 주장하는 무기명 비밀투표 방식은 진행하지 않고, 의원들이 직접 앞에 나와 의견을 밝히는 방식으로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일단 민주당의 의총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국엔지니어클럽 초청 조찬강연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계기로 어떤 어려움 있어도 한미 FTA 비준안을 조속한 시일 내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파인더 김봉철 기자 (bck0702@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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