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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현안 챙기기..중앙정치 위축 우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내 돌이 살고 난 뒤에 상대방 돌을 잡을 수 있다는 뜻). 통합민주당의 충청권 재선의원이 "결국 믿을 건 지역 뿐"이라고 강조하며 거론한 바둑격언이다.

4.9 총선이 끝난 지 20여 일이 됐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여전히 `지역'에 살고 있다. 임시국회 회기가 열리고 있지만 여의도로 올라와 잠시 얼굴도장만 찍고는 지역구로 향하기 바쁘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난맥상이 도마에 오른 중앙정치 무대는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려난 듯한 느낌이 역력하다.

의원들이 지역구에 상주하는 것은 총선후 당.낙선 사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측면도 없지는 않지만 그보다는 중요한 정치 트렌드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주목하는 시각이 나온다.

여야를 떠나 거대담론과 권력투쟁에 골몰해온 중앙정치가 지역표심을 움직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느낀 의원들이 활동의 무게추를 점차 지역에 두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총선기간 서울 강북지역 표심을 자극한 `뉴타운' 바람처럼 지역발전 이슈가 요즘 선거판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됐다고 의원들은 입을 모은다.

30일 오전 여의도 한 호텔에서 18대 총선 충북지역 당선자 8명(민주당 6명, 한나라당 1명, 자유선진당 1명) 전원이 한 자리에 모인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 회동은 정우택 충북도지사가 당선자들에게 축하 인사와 함께 도내 주요사업과 예산문제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의례적 자리였지만 의원들이 전례없이 높은 참석률과 열의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충북권 최대이슈인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가 집중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변재일 의원(충북 청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해온 수도권 규제완화가 결국 충북에서 민주당이 압승하게 만든 원인이었다"며 "지역발전에 대한 위기감이 큰 상황에서 의원들이 마냥 앉아있을 수 만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 구로을에 당선된 박영선 의원은 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지만 틈나는 대로 지역구 현안을 챙기는데 골몰하고 있다. 총선이 끝나자 마자 구청측에 요청해 지하철역 부근 차량정차대 공사를 시작토록 했고, 보도 한가운데 놓인 전봇대 철거 문제까지 세심하게 신경쓰고 있다.

명(名) 대변인으로 불리며 총선 막바지까지 대여공세의 마이크를 붙잡았던 우상호(서울 서대문갑) 의원의 낙선은 중앙정치와 지역구 관리의 상관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 같으면 선거기간에 언론노출 빈도가 높은 당직을 맡을 경우 지역구 관리에 도움이 됐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한 것. 핵심당직인 대변인을 맡다 보니 지역구에 얼굴을 보여줄 시간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었고, 그나마도 당 지지도가 낮은 탓에 언론노출이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중앙정치 활동과 지역구 관리를 동등 비중으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온 의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지역구 관리의 비중을 높이겠다고 솔직히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민주당 전체의 선수(選數)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점이 이런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은 "공천과 선거과정에서 결국 지역민들과의 `스킨십'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가속화될 경우 행정부에 대한 견제력을 행사해야 하는 중앙정치 활동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고, 이는 강한 야당으로서의 투쟁력과 선명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은 게 사실이다.

평소 지역구 관리를 세심하게 해온 정장선 의원(경기 평택 을)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역구 관리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중앙정치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지역구 관리와 중앙정치를 조화롭고 균형있게 가져가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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