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무시하고 해지자 정보까지 유출…前대표 등 22명 입건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고객정보 수천만 건을 본인 동의 없이 다른 업체에 제공하는 등 불법으로 사용한 하나로텔레콤 전현직 간부들이 대거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3일 고객 정보를 텔레마케팅업체에 불법 제공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하나로텔레콤 박병무(47) 전 대표이사와 전ㆍ현직 지사장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전 대표이사는 하나로텔레콤이 2006년 10월께 고객 김모(28)씨의 성명과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을 텔레마케팅 업체에 제공해 상품 판매에 이용토록 하는 등 2006년 1월부터 작년 말까지 약 600만명의 개인정보 8천500여만 건을 전국 1천여개 텔레마케팅업체에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하나로텔레콤은 개인 정보를 불법 사용해 은행과 신용카드 모집과 관련한 업무계약을 맺기도 했으며 인터넷 이용 계약을 해지한 고객 정보도 계속 이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에게 각종 할인 혜택 및 마일리지를 미끼로 이용료 카드 결재를 유도, 안정적인 요금 납부와 고객 이탈 방지 효과를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텔레콤은 전화 판촉으로 가입자를 모집하면서 개인정보 사용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고 인터넷망 설치 작업을 끝낸 뒤 현장에 있는 고객이나 가족에게 `100여 개의 통신판매업체에 개인정보를 제공한다'는 식의 포괄적 동의가 포함된 이용계약서 및 설치확인서 등에 서명을 받기도 했다.
정보통신부가 2005년에 펴낸 개인정보 보호지침 해설서에는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경우 제공받는 자의 명칭 및 주된 사업, 연락처, 제공목적 및 제공할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만큼 이처럼 `구렁이 담 넘어가듯' 받은 동의는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인터넷 통신망 가입자들이 각종 광고 전화에 시달려 왔고 하나로텔레콤 이용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회사로 옮긴 뒤에도 다시 서비스를 이용해 달라는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고충을 토로한 점 등을 토대로 개인정보 침해 행위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런 행위가 명백한 불법이라는 점을 하나로텔레콤에 설명했으나 회사측은 이에 개의치 않고 정보 제공행위를 계속해 왔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하나로텔레콤이 그간 이같은 개인정보 불법 사용이 실적을 높이려는 일부 지점의 독자적 행위라고 변명해 왔으나 수사 결과 본사 차원의 지시에 의한 것임이 드러났다"며 "무차별적인 정보 사용으로 인해 개인 정보가 어디까지 유출됐는지 확인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심각성을 설명했다.
경찰은 또다른 국내 유명 통신업체도 가입자 정보를 카드회사나 보험사 등이 텔레마케팅에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이들 업체를 감독해야 할 옛 정보통신부와 통신위원회 직원들이 단속 정보를 미리 흘려 준 것으로 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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