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2일 특검 수사에 대한 후속 조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전격 퇴진 방침을 밝히자 AP통신과 AFP통신 및 미국의 신문 등 주요 외국 언론들은 이를 긴급 기사로 처리하는 등 일제히 깊은 관심을 보였다.
외신들은 이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하자 이 사실을 서울발로 긴급 타전한데 이어 "진심으로 사과드리면서 이에 따른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이 회장의 성명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특별검사가 선임돼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주요 임원들이 조세포탈 등 혐의로 조사를 받기까지의 과정이나 삼성그룹이 한국 경제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외신들은 간략하게 소개했다.
그러면서 외신들은 삼성특검이 "치열한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 상황"을 이유로 이 회장에 대해 불구속 결정이 내려진 점과 유죄가 인정될 경우 이 회장이 최고 징역 5년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는 내용 또한 빼놓지 않았다.
로이터는 삼성그룹의 역사와 삼성특검의 수사 진행 상황을 별도의 기사로 상세히 다루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인터넷판에서 이 회장의 퇴진을 놀라운 조치라고 전하면서 삼성 내부 인사들이 최악의 여론 위기를 맞아 이 회장이 그룹을 구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음을 시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의 퇴진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씨도 삼성전자 임원에서 사임키로 해 누가 이 회장을 승계할지 확실치 않으나 이 회장 가족이 삼성을 지배하는 능력이나 재용씨가 결국 삼성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점에는 별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분석한 뒤 이 회장 가족은 충성스러운 경영진 네트워크와 순환 출자를 통해 삼성을 운영해왔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인터넷판에서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인 이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비통함 속에 퇴진을 발표했다면서 이 회장의 퇴진으로 삼성의 경영에서 이 회장 가족의 역할이 감퇴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러나 삼성의 기업들의 일상적인 운영에 관한 이 회장의 영향력이 분명치 않았기 때문에 이 회장 퇴진으로 어떤 영향이 올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평했다.
BBC는 이 회장이 배임과 조세포탈 등 혐의로 기소된 지 1주일이 못돼 사임하기로 했다며 이 회장이 직접 전국에 생방송 된 기자회견을 통해 사임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더 타임스 신문도 한국 기업가들 사이에 '무적의 영웅'으로 알려졌던 이 회장이 자진해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일부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 회장의 사임 결정은 악명 높을 정도로 복잡한 삼성의 기업구조를 대개편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그룹 회장이 없는 상태에서도 이 회장과 일가는 삼성의 방향에 막강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많은 분석가들의 의견이라고 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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