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그룹 행보.은행 M&A시장 영향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정성호 기자 = 삼성그룹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은 22일 "삼성은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그간에도 삼성은 "은행업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일각과 시민단체 등에선 끊임없이 삼성이 언젠가 은행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특히 새 정부가 금산(金産)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정책의 완화를 추진하면서 이런 관측은 더 힘을 얻었다.
삼성을 포함한 대기업들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사금고화할 수 있고 경제력 집중의 폐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이 회장의 이날 발표는 이런 관측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 삼성, 은행 진출 가능성 일축..M&A시장 영향은 = 실제 삼성은 그동안 대기업 그룹 중에서도 유독 금산분리 폐지에 많은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하면서 "삼성 등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도 의혹의 시선은 여전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금산분리는 완화는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며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고 이 길을 이용할지 말지는 기업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퇴진과 함께 은행업 진출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금산분리 완화에 따른 은행 인수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삼성의 선언이 향후 은행 인수.합병(M&A)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정부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우리금융지주 등 정부 소유 은행을 민영화하는데 국내 산업자본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외환위기 이후 은행 M&A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외국 자본과 경쟁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은행 소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여전한 상황에서 국내 대표 그룹인 삼성이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향후 금산분리 완화 때 다른 대기업그룹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산분리 규제를 풀더라도 은행을 인수하는 기업에 대해서 금융당국이 직접 검사를 하는 등 사후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일지는 미지수"라며 "은행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경영권 인수보다는 배당 등을 노린 재무적 투자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삼성, 비은행 금융업 주력..보험지주사 가능성 = 삼성은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는 대신 삼성생명.화재.증권.카드.투자신탁운용 등 이미 해오던 비(非)은행 금융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사들의 경영을 더욱 튼튼하게 다져서 일류 기업으로 키우는 데 매진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실제 삼성의 금융 계열사 5곳은 이미 해당 업계에서 수위권에 드는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생명과 화재의 경우 매출에 해당하는 수입 보험료 기준으로 업계 1위고 증권 역시 고객예탁자산 기준으로 1등이다. 투신운용도 수탁액 기준 2위이다.
카드업계에서 삼성카드는 3위이지만 전업사(專業社) 가운데서는 1위다.
결국 이들의 시장 지배력을 더 키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이들 비은행 금융 계열사의 수직 계열화를 통한 `금융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도 점친다. 삼성생명을 주축으로 하는 금융 지주사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 지주회사 설립 허용 등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에도 부합하는 그림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증권 지분 11%, 카드 27%, 화재 10%, 투신 5% 등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삼성생명 상장과 에버랜드에서 시작하는 순환출자 구조의 해소 등이 선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학수 부회장은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한 비용을 20조원 가량으로 추산하고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밝혀 중.장기 과제로 돌렸다.
그러나 삼성의 `은행업 포기'가 실리적인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다.
내년 2월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이 증권사 등에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하고 보험사에 지급결제 기능을 달라는 움직임도 있어 사실상 기존 금융사로도 일정 부분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다른 금융업종에 비해 규제가 더 강한 은행업에 진출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굳이 무리해서 은행을 갖지 않아도 자통법이 시행되면 증권사가 지급결제 기능을 갖는 등 현재 금융 계열사만으로도 일부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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