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제시.신뢰회복 `성과'..후속 협상 철저 대비해야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19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과 관련, 전문가들은 양국 관계의 비전을 제시하고 신뢰를 회복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두 정상이 한미동맹에 대해 거시적으로 접근하고 구체적 현안에 대한 논의를 후속 협상으로 미룬 것에 대해서는 `지혜를 발휘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후속 협상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있었다.
또 부시 행정부가 북핵 문제와 관련, 임기 내에 성과를 거두기 위해 `무리수'를 둘 수도 있다는 우려와 우리 입장에서 이에 대한 철저한 대응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 =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고 나서 첫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앞으로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 한.미 정상회담이 1∼2차례 더 있을 수 있고 미국에 신 정부가 들어서도 계속 한.미 정상회담이 있을 것인데 일단 첫 단추를 비교적 잘 끼웠다.
두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원칙ㆍ가치ㆍ평화구축 등 3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21세기 전략동맹으로 나아간다'고 상당히 명확하게 비전을 제시했는데, 구체적인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논의 없이 거시적 접근으로 21세기 전략동맹을 얘기한 것이다.
각론 차원의 논의는 후속 협상으로 넘기는 지혜를 발휘했다고 본다. 이에 대해 이번에 직접적으로 다루려고 했다면 이번 회담이 굉장히 복잡해졌을 것이다. 큰 틀에서 접근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앞으로 미국이 무엇을 원하는지 상당히 구체화될 것인데 우리 입장에서는 먼저 부시 행정부와 협의할 사항과 차기 정부와 협의할 사항을 내부적으로 명확히 구분해 향후 협상에 치열하게 임할 준비를 해야 한다.
21세기 전략동맹의 비전을 얘기했지만 문서의 형태로 나온 것도 아니고 구체화돼 있지도 않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21세기 전략동맹의 비전을 구체화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위비 분담금,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미사일방어체제(MD), 전략적 유연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관련 이슈를 놓고 이를 전략적 관점에서 어떻게 순열 조합할 것인지에 대해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와 관련, 미국이 혹시라도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 외교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검증문제를 철저히 다루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면 안 된다. 만에 하나 미국이 북한의 과거 핵무기 몇 개를 용인하고 앞으로 개발하지 못하게 하는 정도로 북핵문제를 마무리하려 한다면 이는 우리 입장에서는 용인할 수 없는 것으로, 우리가 쓴 소리를 낼 수도 있어야 할 것이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KIDA) 군사현안팀장 = 캠프 데이비드 한.미 정상회담은 양측 지도자 간의 신뢰, 양 측 주류사회 간의 신뢰를 상징적으로 회복시켰다.
상징적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양측은 국내 여론 보다 협상력을 보여주었다고 본다. 미국은 의회의 비판에 직면해 있는 한.미 FTA에 대한 행정부의 결의를 보여주었고 우리 정부는 회담을 전후하여 쇠고기 수입문제에 대한 융통성을 보여주었다.
한미동맹을 자유, 민주주의라는 가치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합의한 것은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국내외적 신뢰를 높였다.
그리고 미국이 관심을 갖고 있었던 주한미군 규모의 동결, 우리 정부가 오랜 기간 관심을 가졌던 대외무기판매(FMS) 지위 변화를 양측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했다.
주한미군 규모의 동결은 결과적으로 미국에 대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는 물론,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다시 높게 평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핵문제에 대해 양측 지도자가 공통의 목소리를 강조하여 북측이 소위 `통미봉남'을 성공할 수 없는 정책으로 만든 것도 의미 있다.
한.미 지도자 간 신뢰회복, 주류사회 간의 신뢰회복의 대가로 한.미 양측은 국내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부시는 FTA에 부정적인 의원들을 설득해야 하고 우리 정부는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농민들의 반대를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한미동맹 강화가 방위비분담 요구 증대로 연결된다면 한국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후속조치들이 중요하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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